[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엄청난 비극이고, 언제 끝날지 모릅니다. 러시아 국민으로서 책임감을 느낍니다.”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미로슬라브 꿀띠쉐프는 13일 서울 서초구 스타인웨이 갤러리 서울에서 열린 쇼케이스 겸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1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일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 2007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 피아니스트 미로슬라브 꿀띠쉐프가 13일 서울 서초구 스타인웨이 갤러리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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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띠쉐프는 2007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 우승자로 그동안 여러 차례 한국을 찾으며 국내 클래식계에도 친숙한 피아니스트다. 오는 1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을 여는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해외 이동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어렵게 귀국했다. 그는 “비행기를 세 번 갈아타며 하루가 꼬박 걸려 한국에 들어와 컨디션이 좋지는 않지만, 해외에서 연주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관객과 만날 수 있어 감사하다”며 한국 공연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꿀띠쉐프는 1985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으며 6세부터 공연 무대에 선 피아니스트다. 10세에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협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서 학부과정과 박사과정을 거쳤다. 2006년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의 솔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 이듬해인 2008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차이콥스키 콩쿠르 수상자 갈라 콘서트’로 국내 관객과 처음 만났다.
이번 공연에서 꿀띠쉐프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의 13개의 전주곡, 독일을 대표하는 작곡가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3번을 연주한다. 라흐마니노프의 곡은 5년 전 마지막으로 연주한 뒤 한 번도 연주한 적 없는 프로그램으로 한국 관객만을 위해 준비한 특별한 선곡이다.
꿀띠쉐프는 “라흐마니노프와 브람스는 대비가 확실한 작곡가지만, 사람에 대해 음악을 하고 로맨틱한 음악을 썼다는 점에서 닮은 점도 많다”고 선곡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한국 관객을 “어느 나라보다 클래식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고 말하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꿀띠쉐프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불린다. 2007년 콩쿠르 우승은 연주자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많은 걸 바꿔놨다고 했다. 같은 해 차이콥스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을 우승한 일본 바이올리니스트 카미오 마유코와 우승 공연을 다닌 인연이 계기가 돼 결혼까지 했다. 그는 “콩쿠르는 내게 연주자로서 넓은 세상을 열어줬고, 가족까지 꾸릴 수 있게 해줘 내 인생을 멋있게 만들어줬다”며 웃었다.
그러나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지난 4월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으로부터 퇴출 결정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꿀띠쉐프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결정이 아닌, 전쟁에 따른 일종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고 문화예술과는 크게 상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 2007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 피아니스트 미로슬라브 꿀띠쉐프가 13일 서울 서초구 스타인웨이 갤러리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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