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추정 '이건희 컬렉션', 100년치 예산으로도 못 사..물납제 도입해야"

서진수 강남대 교수, 세미나서 주장
국내 미술관 연간 미술품 구매액의 132배
"국가서 수준 높은 미술품 확보해야"
  • 등록 2021-03-12 오후 4:12:03

    수정 2021-03-12 오후 6:14:41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국내 미술관의 연간 미술품 구입 총액으로는 100년이 지나도 ‘이건희 컬렉션’의 작품을 모두 구입 할 수 없을 정도로 가치가 높다. 문화재·미술품 물납제를 도입해 국가가 수준 높은 작품을 확보해야 한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문화재 미술품 물납제 도입에 관한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서진수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11일 오후 서울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열린 ‘문화재·미술품 물납제 도입에 관한 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최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타계로 이 회장의 상속세 문제와 함께 ‘이건희 컬렉션’의 처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화계에서는 상속세를 문화재·미술품으로 내는 물납제를 도입해 그의 컬렉션을 국가에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고미술협회 주관으로 한국화랑협회·한국미술협회 등이 함께 연 이날 세미나에서 서 교수는 “문화재·미술품 물납제 도입으로 기업 및 개인들이 미술품 구매와 미술관 설립으로 얻게 될 이익을 확실히 보여줌으로써 미술품 구입 및 미술관 설립이 확대되고, 미술품 기부문화가 확산되는 풍토를 조성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문화예술품의 가치는 꾸준히 자가 증식하는 특성이 있다”며 “미래에는 IT산업의 발전만큼이나 미술시장의 규모도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세계적 거장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예로 들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500년쯤 그린 ‘살바도르 문디’는 1958년 경매에서 60달러에 판매되고 55년 뒤인 2013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7500만 달러(750억원)에 판매됐다. 4년 뒤인 2017년에는 6배 가량 증가한 4억 5031만 달러(약 5000억원)에 거래됐다.

서 교수는 “국제 시장에서는 21세기 들어 미술품 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경매시장에서는 최고가 경신이 이어지고 있다”며 “한 나라의 미술품 보유 숫자가 증가하면 할수록 국부가 증대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개인이 자본과 안목으로 구매한 수준 높은 컬렉션을 국가가 수집·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많은 미술관은 일반적으로 개인들의 수준 높은 컬렉션을 생전·사후 기증 혹은 물납에 의해 확보하고 있다”며 “실제 구겐하임 미술관 등은 개인들의 미술품이 국내외 많은 관람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별세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미술품을 확보해 미술관 설립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건희 컬렉션의 감정 추정가는 1조 5000억~3조원에 달한다”며 “이는 2019년 국내 미술시장의 연간 총매출액인 4146억 원의 4.8배에 해당하고 국내 미술관이 연간 구입한 미술품 총액인 228억의 66~132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발제자로 나선 이광수 한국 미술협회 이사장은 “우리나라의 국보·보물을 포함한 전체 국가지정문화재 4900여 건의 50% 이상을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면서 “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 작품을 국가가 먼저 확보함으로써 미래 미술 시장에서 경제적, 문화적 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납제 입법 추진이 삼성가를 위한 제도가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최병서 동덕여대 명예교수(전 한국문화경제학회장)는 “상속세 물납제도 입법 추진과 삼성가의 상속세는 별개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가의 상속세 자진신고·납부 기한은 내달 말이다. 상속세 물납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발의는 됐으나 현재 통과 여부는 미지수여서 삼성가가 물납제 혜택을 받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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