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청와대의 20년 애증(종합)

  • 등록 2017-03-12 오후 7:45:15

    수정 2017-03-12 오후 9:52:52

[이데일리 김화균 기자]‘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1번지’. 대한민국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 주소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처분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저녁 7시16분께 삼성동 사저로 돌아갔다. 탄핵안이 인용된 지 이틀만이다.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의 인연은 각별하다. 청와대 생활 기간을 합치면 20년. 청와대에 가장 오래 거주한 사람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그에게 청와대는 사실상 ‘평생의 집’인 것이다.

어린 시절 추억과 아픔이 겹쳐지는 곳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에서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어둠 속의 청와대를 뒤로하고 차량에 앉아 청와대를 떠나고 있다(오른쪽) 사진 왼쪽은 1979년 11월 21일 10.26 사태 후 청와대를 떠나던 모습. [연합뉴스]
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 생활은 1963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친인 고 박정희 대통령이 제5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그의 청와대 생활이 시작됐다. 당시 서울 장충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박 전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성심여중, 성심여고를 다녔으며 1974년 서강대를 졸업할 때까지 청와대에서 지냈다. 이후 잠시 프랑스 그르노블대학교로 유학을 떠나는 바람에 청와대를 비웠다. 하지만 1974년 모친인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으로 청와대로 돌아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오른쪽)의 가족사진. 1966년 촬영한 것이다. [사진제공=국가기록원]
박 전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육 여사를 대신해 영부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그해 12월 청와대를 떠나 서울 신당동 사저(나중에 삼성동으로 이사)로 옮겼다.박 전대통령은 청소년기와 20대를 청와대를 집으로 살아온 셈이다. 청와대 생활 속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두 잃는 불행을 겪였다. 그에게 청와대는 추억과 아픔이 동시에 깃든 장소이기도 하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2월 청와대로 재입성했다.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다시 청와대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4년여가 흐른 2017년 3월 12일, ‘파면 당한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다시 청와대를 떠났다. 재입성 4년 14일만이다.

설왕설래 속 진행된 삼성동 사저 이사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전 대통령은 12일 오전만 해도 13일께 청와대를 떠나 사저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됐다. 사저가 낡고 경호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등 준비가 미비했던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각종 집기와 전자기기 등이 사저에 바쁘게 들어왔고 오후 들어 12일 청와대 퇴거설이 유력하게 나돌았다.

박 전 대통령의 사저 이동설은 오후 5시께부터 뉴스 속보창에 등장했다. 경호실과 경찰 일부 인력이 박 전 대통령의 이동을 위해 준비하는 모습과 전속 촬영팀이 박 전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을 촬영하고자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된 데 따른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당초 13일 청와대에서 퇴거할 예정이었으나 청와대 체류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이사를 서두른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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