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장과 거꾸로 가는 금융당국

  • 등록 2016-10-11 오후 1:17:11

    수정 2016-10-11 오후 1:17:11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올 한해 금융위원회는 그 어떤 정부부처 못지않게 열심히 뛰었다. 금융개혁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쉼없이 달려왔다. 특히 자본시장 분야에서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크라우드펀딩, 월세입자투자풀, 상장·공모제도 개편안 등 하루가 머다하고 새로운 정책을 선보였다. 그 덕에 최근 시행한 금융개혁 인지도 조사에서 일반인들까지 이를 체감할 정도였다.

그런데 어쩐지 금융당국 정책을 보고 있노라면 시장과 거꾸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민 재산을 불려주겠다며 출시한 ISA는 6개월이 지난 지금 신규 가입자수가 처음의 7분의 1로 쪼그라들었고 그나마도 1만원 이하 깡통계좌가 절반 이상이다. 국정감사 과정에서 국회의원들과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자 금융위는 자입자격을 완화하고 혜택을 확대하는 등의 개선책을 내놓는 대신 “자라나는 꿈나무에 애정을 가져달라”고 읍소하기 바빴다.

상장·공모제도 개편안도 마찬가지다. 성장성있는 적자기업을 발굴해오는 주관증권사에게 자율성을 확대해주는 대신 개인투자자를 보호한다며 일정 수준 주가를 떠받치는 풋백옵션 의무를 부과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기업공개(IPO)시장은 호텔롯데와 두산밥캣 등 대어들의 상장 연기에다 공모가를 밑도는 새내기주(株) 주가로 인해 때이른 겨울을 맞았다. 이런 상황에 주관사 부담만 늘리는 이같은 개편안에 시장은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한미약품(128940)의 기술수출 계약 파기 늑장공시로 공시제도도 도마위에 올랐다. 기업이 악재성 정보를 늦게 알리는 바람에 증시내 선의의 투자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당국은 기업들의 공시부담 덜어주기에 혈안이 돼 있다. 공시는 일반투자자들이 투자한 기업을 파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접근경로라 그 어떤 것보다 촘촘해 설계돼야 하지만 당국은 기업 활력을 높여주겠다며 공시 의무를 줄여주는 내용을 공시회계제도 개선방안이라는 이름으로 내놓고 있다.

이같은 정책에서 업계나 시장과의 긴밀한 소통은 찾아볼 길 없다. 시장흐름을 거스르는 정책이 당장은 실적처럼 보일 순 있지만 이는 후에 부메랑이 돼 돌아오기 마련이다. 금융위가 실적 쌓기에만 급급해 하지 않길 빈다. 이젠 시장에 귀를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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