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채권 안 팔리네"…차입매수 대출에 몸사리는 투자은행

투기등급 대출채권 투자자 외면
제약·에너지 등 문제업종 대출 꺼려
  • 등록 2015-11-09 오후 3:46:44

    수정 2015-11-09 오후 3:46:44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투자은행이 대출채권 매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차입매수를 위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크레디트스위스그룹, 모간스탠리 등이 대출채권을 판매할 투자자를 찾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모간스탠리는 제네릭 제약업체인 란넷이 크레머스 어반 제약을 인수할 때 대출해준 12억달러를 매각할 투자자를 모색하고 있지만, 지난주 크레머스가 손실을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의 수요도 말라버렸다. 밸리언트제약의 분식회계 스캔들이 터진 이후 제약업종 대출채권이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크레디트스위스그룹은 지난달 초부터 사모펀드인 아폴로에 빌려준 5억2500만달러 규모의 대출채권을 팔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아폴로가 OM그룹을 차입매수할 때 빌려준 돈으로 대출채권 가격을 낮춰도 사겠다는 투자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지난주 유람선 운영사인 아메리칸 커머셜 라인스에 AEP리버 오퍼레이션스 인수 자금으로 빌려준 12억달러에 대해 가격을 인하했지만,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투자은행은 차입매수용 대출에 열을 올리면서 M&A를 부추겼다. M&A가 완료되기까지 보통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인수작업이 완료됐을 때 시장이 불안정하면 대출채권을 팔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일반 기업대출에 비해 이자가 높은 만큼 적극 차입매수 대출에 나선 것이다.

과거에는 리스크가 높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대출채권을 안고 가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 시스템 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한 도드-프랭크법이 제정되면서 이같은 대출채권을 보유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특히 연말까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리스크 높은 자산을 최소화해야 하는 만큼 투자등급 이하인 대출채권 매각이 급한 상황이다.

물론 투기등급 중에서도 등급이 높은 대출채권에 대해서는 여전히 수요가 있다. 지난주 NXP반도체의 프리스케일반도체 인수 자금 대출과 아바고 테크놀로지스의 브로드컴 인수 자금 대출 등에 대한 채권은 매각에 성공했다.

하지만 리스크가 높은 대출채권 매각은 녹록지 않은 상황. 이에 따라 M&A 시장에 찬바람이 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덕에 올해 M&A는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M&A는 얼어붙을 수 있다는 것. 실제 투자은행은 대규모 차입을 일으켜야 하는 새로운 인수합병이나 에너지, 제약 등 문제가 있는 업종에 대한 대출을 피하고 있다.

수익률에서도 불리하다. S&P캐피탈IQ에 따르면 대출채권 수익률은 올 들어 지난 5일까지 이자수익과 자본수익을 포함해 1.27%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CCC 이하인 투기등급 대출채권은 평균 2.85% 손실을 보였다. 같은 기간 S&P500지수 총수익률 1.96%을 밑도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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