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교롭게도 이날 저녁에 참석한 최고위원·중진은 모두 친윤계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여당 지도부 안에서도 한 대표나 친한계로 꼽히는 김종혁·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은 이날 만찬 관련 연락을 한 명도 받지 못했다.
친한계 ‘韓과 만찬 미루더니 친윤계와는 회동’ 부글
친한계는 만찬 시점과 보도 시점 모두 불편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원래 지난달 30일 한 대표 등 여당 지도부를 관저에 초청해 만찬을 함께하려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만찬 이틀 전 ‘추석 민심’을 듣는 게 우선이라며 돌연 만찬을 추석 이후로 미루자고 당에 요청했다. 당시 한 대표는 의대 증원 속도를 두고 대통령실에 이견을 내던 상황이어서 대통령실의 불편한 감정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추석 연휴 등을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관저에 초청하는 건 일러야 이달 말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선 친한계가 배제된 만찬이 바로 다음 날 아침 보도된 걸 두고 ‘한동훈 골탕먹이기’를 위해 누군가 언론에 흘린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윤상현 의원이 주최한 행사에서 만찬에 관한 질문을 받고 “모르는 내용이라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고만 답했다. ‘한동훈 패싱’이나 추후 윤 대통령과의 만찬 일정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
반면 대통령실은 이번 만찬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친한계를 빼고 초청했다는 건 맞지 않는다”며 “계파를 의식해서 초청한 건 당연히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일일이 공개하지 않아서 그렇지 대통령과 정치인·단체장들과의 만남은 그동안에도 자주 이뤄져 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당정관계에 관한 질문을 받고 “당정 간엔 전혀 문제가 없고 다양한 현안에 관련해서 다양한 의견 나오는 게 자유민주주의 아니겠느냐고 생각한다고 답했지만 한 대표 이름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으면서 불편한 감정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이 한 대표가 제안한 여야의정(與野醫政) 협의체를 수용하면서 풀리는 듯했던 당정 관계 앞에 이번엔 만찬 논란이 튀어나왔다.
한 여권 관계자는 “우리가 서로 갈등하거나 싸워선 안 된다”면서도 “만찬의 모양새가 이상하긴 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