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역대급 수주 호황으로 국내 조선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최근 상급단체발 대규모 파업 참여로 생산 차질과 노사 갈등 재점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금속노조 산하 조선사 노조는 오는 1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 총파업에 합류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쟁의조정은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통상 10차례 안팎의 성실 교섭을 했음에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경우 파업권 획득을 위해 신청하는 절차다. 당연히 임금·근로시간·복지 등 근로조건에 이견이 있을 때 신청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도 노조는 ‘윤석열 퇴진’을 내건 이번 총파업 참여를 위해 쟁의조정권을 사용했다. 만약 중노위가 기계적으로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 조선사 노조는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파업에 참여하게 될 거다.
하지만 조선소 현장의 말을 들어보면 내부적으로도 이번 파업 참여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10년 만에 돌아온 조선업 최대 호황에 가뜩이나 인력난이 심각한데 정치파업에 휘말려 선박 인도가 지연되는 등 치명적일 수 있어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총 107척, 140억7000만달러(약 18조3600억원)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 157억4000만달러의 89.4%를 잠정 달성했고 한화오션은 한국형 차기호위함(FFX) 울산급 배치3(Batch-III) 5·6번함 수주에 사활을 걸고 대규모 투자를 앞둔 상태다.
파업이 발생하면 사측은 생산 중단에 따른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돈벌이가 시원찮으면 회사가 교섭 테이블에 가지고 나올 조건도 빈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필시 노동자들에게 손해로 돌아온다. 이제 막 적자를 벗어나 맞은 조선업 제2의 부흥기를 이런 소모적인 정치파업으로 날려 보내기엔 아쉬움이 크다. 정치 파업에 휘둘리기 보다는 열악한 임금과 처우 개선 등 노사가 발전적인 논의를 이어가야 할 때다. ‘노동자 권익’에 우선을 둔 중노위의 합리적 판단도 기대해 본다.
|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연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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