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한기평 “본격적인 경기 침체 우려…내년 등급 전망 긍정적 '전무'”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저하…건설·석유화학·의류 ‘부정적’
미분양 위험↑…건설, 내년 하반기 매출 감소 본격화
중국발 수요 회복에 석유화학 내년 상저하고 흐름 예상
반짝 회복 이후 다시 먹구름…의류, 사업환경 ‘비우호적’
  • 등록 2022-12-15 오후 4:14:42

    수정 2022-12-15 오후 4:14:42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가 내년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적 방향 역시 대부분 저하되거나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고물가 기조에 따른 원자재가 상승, 고금리 환경으로 인한 조달여건 저하와 이자 비용 증가 등 거시환경 변수로 인해 업종별로 긍정적 등급 전망은 없었다.

15일 한기평이 ‘2023년 산업 신용 전망’을 주제로 개최한 ‘KR 미디어데이’에서 기업부문 19개 업종 가운데 건설과 석유화학, 의류 3개 업종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고 전망했다. ‘긍정적’인 업종은 없으며 16개 업종이 ‘중립적’이다.

건설업의 경우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금리 인상으로 자금조달 환경이 위축되며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미분양주택이 증가하고 있다. 2022년 3분기 민간아파트 초기 분양률은 전국 82.3%로 2021년 2분기 98.3%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9월 말 기준 미분양주택은 4만2000세대로 전년 동기 1만4000세대 대비 3배 증가했다.

송수범 한기평 평가기준실 전문위원은 “내년 상반기 금리 인상 추세가 완화된다고 하더라도 높아진 원가부담이 지속하는 가운데, 거시 경제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어 주택 구매 수요가 단기간 내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유가 상승으로 중동 국가들이 투자 여력을 회복함에 따라 해외 시장 발주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나 지난 몇 년간 다수의 건설사들이 국내 주택 사업에 사업 역량을 집중시킴에 따라 해외 발주 증가의 수혜를 받는 업체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건설업계 전반의 실적은 저하될 것으로 전망, 2023년 하반기부터 매출 감소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기평은 2023년 분양물량이 2022년 대비 15% 내외의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정부가 자재비와 사업비 변동을 일부 반영할 수 있도록 분양가 상한제와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개편했으나, 미분양세대 증가 등으로 공격적인 분양가 책정도 어려운 상황으로 원가의 판가 전이는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송 전문위원은 “미분양 해소를 위한 할인 분양, 마케팅 비용 상승 등을 고려하면 수익성의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전체 프로젝트의 예정원가를 상향 조정했던 2022년 기저 효과가 하락폭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며 “주택 호황기 높았던 수익성이 기존 수준으로 회귀하는 과정으로 절대적 수준은 양호할 것으로 예상하나, 이익 규모 축소에 따른 현금흐름 저하, 기성 진행에 따른 운전자본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재무부담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유화학업의 경우 내년 상저하고의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2022년 12월 들어 중국이 코로나 정책을 완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발 수요 회복은 당초 예상보다 빠른 2023년 2분기 이후 가능할 것으로 보여서다.

다만 송 전문위원은 “2023년에도 에틸렌 신증설 물량이 수요 순증분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경기침체로 인해 다운스트림 수요 위축이 이어지면서 전반적인 업황 개선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물류비 하락으로 인한 역외 물량의 역내 유입 가능성 등도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업계 전반의 실적은 2022년 대비 소폭 개선되겠지만, 유의미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납사 가격 및 제품가격 하향 안정화에 따른 부정적 래깅의 축소에도 불구하고, 공급부담을 상쇄할 만한 수요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주요 제품의 마진이 소폭 상승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송 전문위원은 “하반기 이후 업황 개선으로 NCC 가동률이 정상화되면서 원재료인 납사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는 점도 부담요인이다”며 “수요 회복 지연으로 판가 상승이 제한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지면서 운전자본 부담이 크지 않겠지만, 약화된 현금 창출력으로 인해 투자 및 배당 부담을 내부창출재원으로 충당하지 못하는 등 재무안정성의 개선은 더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중국의 지급률 상승과 수출 물량 증가, 보호무역 기조 확산에 따른 석유화학제품 수입국들의 수입규제조치 강화 가능성, 공급 부족 등에 기인한 고유가 지속 가능성 등으로 V자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류업의 경우 올해 리오프닝 효과 등을 토대로 업황 회복이 이루어졌으나 내년 사업환경은 비우호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국내외 소비 위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송 전문위원은 “내년에는 리오프닝 효과가 점차 사라지면서 소비 둔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팬데믹 기간 동안 소비자들의 구매 의향, 선호도가 높아진 고가·명품 브랜드는 외식, 해외여행 등 서비스 소비와의 경쟁으로 성장률이 정체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중저가 브랜드의 경우 판매 부진으로 인한 가격 경쟁이 재차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팬데믹 기간을 지나며 재무부담이 과중해진 하위 업체의 경우 실적변동성이 확대되며 신용등급의 하방 압력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송 전문위원은 “내수패션업체는 보유 브랜드, 의류제조업체는 벤더 지위에 따라 실적 저하 수준이 다르게 나타날 것이고 우수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한 패션업체는 충성도 높은 고객기반을 토대로 판매량과 판매마진을 일정 수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면 중저가 브랜드 중심의 업체는 판매부진과 할인판매 확대로 실적이 저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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