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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미국을 연이어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가 경제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수급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 등 원자재시장 뿐 아니라 미국 통화정책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국내 증시는 미국발(發) 악재에도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정보기술(IT)업종을 중심으로 한 국내 기업 실적 기대감에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는 분위기다.
하비·어마·호세…허리케인에 美 불확실성↑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카리브해 연안을 휩쓴 허리케인 ‘어마’는 1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남부 플로리다주에 상륙했다. 풍속 기준 1~5단계로 나누는 등급 중 둘째로 강한 4등급의 어마는 상륙 이후 2등급으로 약화됐지만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하비’가 텍사스 지역에 들이닥친 데 이어 어마와 또 다른 ‘호세’까지 잇단 허리케인 발생에 미국 전역이 혼란을 겪는 상황이다.
원자재뿐 아니라 수천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허리케인 피해로 상품·국채 시장에 미칠 영향도 우려되고 있다. 북한 핵실험 리스크까지 번지면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나며 금 가격은 1년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 10년 국채 수익률은 올해 가장 낮은 수준인 2.06%까지 내려갔다. 결국 이들 지표의 악화는 향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통화정책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韓 기업 실적 양호”…코스피지수 상승세
하지만 국내 증시는 오히려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11시45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대비 0.86%(20.05포인트) 오른 2363.77을 기록 중이다. 허리케인에 따른 미국 경기 불확실성보다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 장세에 거는 기대가 더 크다는 해석이다. 수출 호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상반기 증시 랠리를 이끌었던 기술주가 랠리를 재개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3분기 실적에 대한 긍정적 분석이 나오면서 최근 5거래일째 올라 250만원대를 회복했고 SK하이닉스(000660) 역시 상승세다. 외국인은 지난 8일에 이어 전기·전자업종 쇼핑에 나서고 있다.
허리케인 피해 복구를 위한 미국 재정지출도 중기로는 긍정적 요소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국가부채한도와 정부예산 집행 시한을 9월말에서 3개월 연장하자는 민주당 제안을 수용했다. 적어도 12월까지는 재정 불확실성이 해소된 셈이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허리케인 영향으로 미국 경제성장률 둔화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을 다소 완화시켰고 허리케인 피해 복구 감안 시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양호한 글로벌 경기 여건으로 국내 수출 호조는 지속되는 등 신흥국 증시 상승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