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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내년 실시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역사상 유례없는 최대 규모 `쩐의 전쟁`이 될 전망이다.
일부에선 2016년 대선을 아예 `억만장자에 의한, 억만장자를 위한, 억만장자의 정부`라고 비꼬기도 한다. 엄청난 선거자금이 대통령을 만드는 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할지 살펴볼 수 있는 시험판이 될 전망이다.
과거에는 돈이 미국 대선에서의 승자와 패자를 갈랐을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역사적으로도 더 많은 돈을 쓴 후보자가 대통령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1996년 빌 클린턴과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등을 제외하곤 말이다.
이같은 돈의 법칙이 2016년 대선에서도 통할지 관심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4년 전보다 두 배 이상의 돈 잔치가 예상된다.
공화당 대선주자인 테드 크루즈 상원 의원(텍사스)은 지난 달 말 대통령 출마 선언 이후 첫 주에만 3100만달러의 선거자금을 모았고, 조만간 5000만달러를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출마 선언을 하기도 전에 2분기(4~6월)에만 1억달러의 자금을 모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젭 부시는 제41대 대통령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의 아들이자 43대 대통령 조지 워커 부시의 동생이다. 12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민주당의 유력 대권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도 선거자금으로 15~20억달러를 끌어모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러한 천문학적인 선거자금이 가능하게 된 것은 슈퍼팩(super PAC) 때문이다. 슈퍼팩은 미국 억만장자들로 이뤄진 민간 정치자금 단체로 대선 출마 이전에 모아진 자금은 출처 등을 공개할 필요가 없어 무제한으로 자금 후원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슈퍼팩 물주는 ‘공화당 돈줄’ 미국 석유재벌 찰스 코크와 데이비드 코크 형제다. 이들은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9억달러에 가까운 돈을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선거자금이 뿌려지고 있는 2016년 대통령 선거도 아직까지 예측하긴 힘들지만, ‘돈의 힘’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 중 가장 큰 정치자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진 젭 부시는 올해 보수주의정치행동회의(CPAC) 대통령 선호도 조사에서 8.3%의 지지율로 5위에 머물렀다. 그는 워싱턴DC에서 투표가 진행되는 메릴랜드까지 버스를 지원하는 수 백만달러를 썼지만, 객석의 야유까지 받는 설움을 당했다. 1위는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주)이었다. 랜드 폴은 최근 웹사이트를 통해 100만달러의 자금을 모았다.
아메리칸 프로스팩트는 “돈이 대통령 선거의 승리자를 결정하진 않는다”며 “젭 부시는 엄청나게 돈을 끌어모아 강력한 힘을 입증했지만, 정말 사람들을 놀라게 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선거자금의 진짜 문제는 캠페인 이후에 일어난다”며 “코크 형제, 아델슨 등 억만장자가 준비 안 된 일부 후보자들을 순진한 대중들에게 속여서 팔았단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