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불사 믿던 개미들 끝내 눈물

STX 금호산업 등 회생 기대로 급반등..동양그룹에 대한 투기심리 확대
법정관리 신청으로 주식거래 정지..원금 회복 여부 불투명
  • 등록 2013-10-01 오후 3:40:51

    수정 2013-10-01 오후 3:40:51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STX로 돈 벌었다. 금호산업으로 벌었다. 동양에 물렸다.”

동양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삼세번’을 외쳤던 투자자들이 원금 손실 위기에 놓였다. 법정관리 신청으로 거래가 정지된 동양그룹 계열사 주식 투자자들은 언제 다시 현금으로 바꿀 수 있을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동양 동양네트웍스 동양시멘트 등 동양 계열사 3개사의 주권매매가 회생절차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중단됐다.

최근 일주일간 동양의 매매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4일 이후로 일일 거래량이 급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동양 주가는 이틀 연속 급락하고 있었으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정책금융기관 등의 지원 가능성에 대한 소문이 떠돌았다.

앞서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STX 그룹과 금호산업 주가 흐름을 떠올릴 만한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STX는 지난 7월24일부터 8월13일까지 16거래일 동안 최대 상승률 344%를 기록했다. STX의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STX엔진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크다는 소식을 시작으로 채권단의 지원 관련 뉴스가 쏟아지면서 가파른 반등에 성공했다.

STX의 급등 랠리를 지켜본 개인 투자자들은 금호산업으로 몰려갔다. 금호산업 채권단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어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금호산업 주가도 급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8월 말 1만4000원 선까지 빠졌던 금호산업 주가는 9월23일 2만3700원까지 회복했다.

실물 경제에서 ‘대마불사(大馬不死)’ 법칙이 깨진 지 오래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대기업 계열사 주가가 가파르게 반등하는 것을 본 투자자들은 벼랑 끝에 몰린 대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단기간 고수익을 올릴 방법으로 여겼다. 실제 STX와 금호산업 일별 매매동향을 보면 기관 또는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오로지 개인들에 의한 급등 랠리였다.

지난주 동양그룹에 대한 위기설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와중에도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 특히 동양네트웍스는 지난 27일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9월30일이 고비가 될 것이라는 경고음이 울렸지만 개인은 개의치 않았다. 거래가 재개된 이후 주가 흐름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 거래가 되고 있는 동양증권 등의 상황을 봤을 때 상승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적지 않은 투자자는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재보궐 선거와 내년 지자체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동양그룹의 해체를 바라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심리가 있었다”라며 “게다가 동양매직과 동양파워 등을 매각하면 그룹이 살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기 때문에 거래량은 오히려 늘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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