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뚫는 기술 개발…삼성·SK, 모바일 D램 속도전

SK하이닉스, 업계 최고 9.6Gbps LPDDR5T 개발
삼성전자 8.5Gbps 이어 연달아 D램 속도 경신
“업황 반등 대비한 기술력…추후 시장 확대 기반”
  • 등록 2023-01-25 오후 4:30:00

    수정 2023-01-25 오후 4:30:00

SK하이닉스가 개발한 현존 최고속 모바일용 D램 ‘LPDDR5T’. (사진=SK하이닉스)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국내 대표 반도체기업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모바일 D램 동작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기술 개발에 힘 싣는 두 회사가 업계 최고 동작 속도를 연달아 경신하는 것이다.

25일 SK하이닉스는 현존 최고속 모바일용 D램 ‘LPDDR5T(Low Power Double Data Rate 5 Turbo)’를 개발하고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LPDDR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용 제품에 들어가는 D램 규격이다. 향후 전장이나 증강현실·가상현실 등 활용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군이다.

LPDDR5T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모바일 D램 LPDDR5X의 성능을 높인 제품이다. 신제품의 동작속도는 9.6Gbps(초당 9.6기가비트)다. 기존 LPDDR5X 동작 속도 8.5Gbps보다 13% 빨라졌다. SK하이닉스는 최고속도를 구현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규격명인 LPDDR5 뒤에 ‘터보(Turbo)’를 붙였다.

SK하이닉스는 LPDDR5T 단품 칩들을 결합해 16GB(기가바이트) 용량의 패키지 제품으로 만들었고, 샘플을 고객에게 제공했다. 패키지 제품의 데이터 처리 속도는 초당 77GB다. FHD(Full-HD)급 영화 15편을 1초에 처리하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신제품에 ‘HKMG(High-K Metal Gate·하이케이 메탈게이트)’ 공정도 적용했다. 누설 전류를 막고 절전용량을 개선한 차세대 공정으로, 속도를 빠르게 하면서 소모 전력을 줄일 수 있도록 돕는다.

류성수 SK하이닉스 부사장(DRAM상품기획담당)은 “이번 신제품으로 초고속을 원하는 고객들의 니즈(Needs)를 충족하게 됐다”며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선도할 초격차 기술 개발에 힘써 IT 세상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삼성전자 LPDDR 개발 과정. (사진=삼성전자)
이보다 앞선 지난해 10월 삼성전자는 LPDDR5X D램으로 8.5Gbps의 동작 속도를 구현했다고 발표했다. 작년 3월 7.5Gbps의 속도를 검증한 데 이어 약 7개월 만에 성능을 끌어올린 것으로, 전 세대 제품인 LPDDR5의 동작 속도 6.4Gbps보다 1.3배 빠르다. 당시 기준으로는 8.5Gbps가 모바일 D램의 최고속도였다.

SK하이닉스도 기술력을 끌어올리며 자사 제품의 동작 속도를 올렸다. 삼성전자의 발표 한달 뒤 8.5Gbps 동작 속도를 자랑하는 LPDDR5X 개발 소식을 알렸다. 기존 SK하이닉스 제품의 동작 속도는 6.4Gbps였다. SK하이닉스가 모바일 D램에 세계 최초로 HKMG 공정을 도입한 것도 이때다.

SK하이닉스는 이달 다시 신제품을 공개하면서 업계 내 모바일 D램의 동작 속도를 한단계 더 개선시켰다. 삼성전자 역시 시장추이를 보며 더 빠른 동작 속도를 지원하는 LPDDR 신제품을 개발, 공개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기술 개발은 업황 반등에 대비하는 과정”이라며 “현재 모바일 D램 주력제품의 속도는 7.5Gbps지만, 훗날 더 빠른 속도를 필요로 하게 되는 고객들이 많아질 경우 반도체기업들은 미리 구축한 기술력을 알리며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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