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성민 인턴기자] 국제축구연맹(FIFA)이 2022 카타르월드컵 경기에서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뜻을 가진 ‘원 러브(One Love)’ 무지개 완장을 착용한 선수를 제재하기로 한 데 대해 미국 정부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언제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을 우려해 왔다”며 “특히 그것이 다양성과 포용을 위한 표현일 때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뜻을 가진 ‘원 러브(One Love)’ 완장.(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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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유럽 7개 나라 주장들은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으로 채워진 하트에 숫자 ‘1’이 적힌 ‘원 러브’ 완장을 팔뚝에 차고 경기에 나서기로 했다. 칼리드 살만 카타르월드컵 대사가 최근 “동성애는 정신적 손상”이라고 발언하는 등 카타르의 성소수자 인권 문제가 불거지자 이에 대한 비판에 동참하고 나선 것이었다. ‘원 러브’는 지난 2020년 네덜란드에서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에 앞서 차별에 반대하고 다양성과 포용을 촉진한다는 뜻으로 시작된 캠페인이다.
그러나 FIFA가 스포츠는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워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장신구착용과 세리머니에 옐로카드를 카드를 주는 등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계획이 무산됐다. 블링컨 장관은 이에 대해 “사람들은 이러한 가치를 지지하거나 경기를 뛰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당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FIFA는 이날 브링컨 장관의 비판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답변하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카타르는 그동안 성소수자들을 탄압해 월드컵 개최국 자격이 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달 발표된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보고서에선 카타르 경찰이 성소수자들을 체포해 강제 전환 치료를 받게 하는 등 학대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카타르에서 동성애는 법적으로 금지되며 위반시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다.
FIFA는 월드컵과 정치적 문제를 엮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카타르의 인권문제가 불거지자 최근 32개 월드컵 참가국에 서한을 보내 “축구는 이념적·정치적 싸움에 휘말려선 안 된다”며 축구에만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국제엠네스티 등 인권단체는 FIFA가 인권문제에 눈을 감는다고 비난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