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CBDC 모의실험 업체 '그라운드X 선정에 공정성 논란"…내부 감사 필요

[2021국감]국회 기재위 국정감사
박홍근 "시중은행, 개발사가 과정, 절차에 공정성 문제 제기"
  • 등록 2021-10-15 오후 5:09:03

    수정 2021-10-15 오후 5:09:03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선 한은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모의실험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공정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감에 참석해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와 삼성, LG, SK 등 대기업이 컨소시엄을 이뤄 경쟁한 끝에 카카오와 삼성이 함께 한 ‘그라운드X’가 모의실험의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는데 그 결과가 나오고 나서 시중은행, 개발사들로부터 과정과 절차가 공정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날 박 의원은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하며 내부감사를 요구했다.

우선 시중은행들의 참여 기회가 보장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6월 개발사와 금융권이 참여하는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했는데 한은측에선 금융권이 들어와도 할 수 있는 일이 적다며 개발사가 금융기관을 참여기관에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게 박 의원의 설명이다. 반면 한은은 시중은행이 자문단에 들어가기 위해 과열 양상을 보여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안내한 것이란 입장이다.

박 의원은 “모의실험 제안요청서와 다른 구성 방식의 시스템을 선정한 것도 문제”라며 지적했다. 한은은 CBDC 발권 시스템을 맡고 참가기관은 CBDC 지급, 수납 등 전자지갑을 관리하를 역할을 하고 사용자가 온라인, 오프라인을 통해 결제, 송금을 하는 방식으로 모의시스템을 구성했는데 정작 그라운드X는 참가기관을 ‘직접, 간접’으로 나눠 핀테크 앱을 통해 지급, 결제가 이뤄지도록 해 한은이 애초에 구성한 시스템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박 의원은 “CBDC 모델이 이렇게 정해지면 기존 은행은 전통적인 예금, 송금, 지급, 수납 등에 머물게 되고 지급과 결제 등 말단에서의 사용은 주로 핀테크 앱을 통해 이뤄지게 된다”고 밝혔다. 즉, CBDC가 통용되면 주로 페이 인프라를 통해 결제가 이뤄지게 되니 시중은행과 카카오간 결제 시장의 출발선 자체가 달라지게 된다는 얘기다.

또 박 의원은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근거로 그라운드X를 평가했다”고 밝혔다. CBDC 모의실험 연구 제안 요청서 작성 지침에 따르면 ‘할 수도 있다’ 또는 ‘가능하다’와 같은 불명확한 표현은 제안서 평가에서 구현이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키로 했는데 그라운드X는 이런 표현을 사용했음에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그라운드X는 롤업(Rollup) 기술을 적용해 초당 데이터 처리 속도를 3500TPS에서 1만5000TPS까지 달성 가능하다고 프리젠테이션을 했다”며 “제안요청서 작성 지침에는 ‘가능’이라고 표현한 것을 ‘불가능’으로 간주한다고 했는데 이러한 지침이 제대로 적용됐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의원에 따르면 롤업 기술은 업계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안정성 있는 기술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한은 역시 롤업 기술을 보지 못한 상태라는 입장이다.

또한 그라운드X가 한은 퇴직자를 고용, 이번 프로젝트에 매니저, 이코노미스트로 직접 참여시켰는데 한은이 모의실험 사업자를 선정할 때 독립적인 판단이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모의실험 공모사업 평가위원은 총 9명인데 그 중 3명이 한은 소속 직원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주열 총재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모의실험 사업자가 선정됐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공정한지 여부를 체크해보겠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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