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애플빠가 없다"…중국서 무기력해진 애플

한때 부의 상징이었던 아이폰, 토종 브랜드에 밀려
기술면에서 뒤쳐지기까지
  • 등록 2016-08-08 오후 3:05:19

    수정 2016-08-08 오후 3:05:19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중국 베이징 왕푸징 거리에 위치한 애플의 플래그십 스토어. 사람들로 넘치지만 실제 제품을 사는 이는 없다. 아이폰7 출시를 앞두고 구매를 늦추면서 발생한 단기적인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애플빠’(애플사 제품을 선호하는 이들)로 불리는 탄탄한 팬층이 사라진 만큼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인들이 애플 제품에 대해 더이상 열광하지 않는다는 점이 애플이 직면한 큰 문제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의 아이폰이 2009년 처음 출시됐을 때에만 해도 스마트폰은 젊은이들에게 일종의 ‘부의 상징’이었다. 애플은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모델을 내놓으면서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위상을 굳혔다.

하지만 갈수록 중국 시장 상황도, 소비자들의 취향도 바뀌고 있다. 중국 토종 스마트폰 업체들은 아이폰 못지않은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다. 기술 면에서 애플을 따라잡았고 일부는 앞서 가기도 한다. 오는 9월 출시되는 아이폰7에 듀얼렌즈가 장착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지만, 화웨이가 지난 4월 출시한 P9이나 샤오미가 내놓은 레드미프로 등은 듀얼렌즈를 장착했을 정도다.

중국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광고를 보고 구매하지 않는다.

샹 리강 중국 통신 전문가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품질이나 성능면에서 애플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고 소비자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며 “일부 사용자들은 여전히 애플 제품을 재력이나 취향과 연결짓지만 상당수 사용자들은 화웨이나 오포를 사용한다고 해서 체면을 구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애플은 화웨이뿐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오포나 비보와 같은 브랜드에도 밀렸다. 리서치 그룹인 캐널리스에 따르면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와 오포, 비보가 상위 1~3위를 차지했다. 특히 오포는 2분기 점유율 22%로 화웨이를 제쳤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한때 중국 시장을 양분했던 애플은 2분기 시장점유율 9%로 5위를 기록했고 삼성전자가 6위에 그쳤다.

브라이언 마 IDC 애널리스트는 “중국 소비자들이 지난해, 심지어 지난달에 출시된 모델마저도 식상해한다”며 “중국에서 애플이 갖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새로운 제품의 부재”라고 말했다.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이 빠르게 변하면서 중국 스마트폰 업체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작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 상위를 차지했던 샤오미도 미끄러졌다.

마 애널리스트는 “애플에 필요한 것은 다음 제품이 기존 제품과는 명백하게 차별화됐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라며 “물리적인 외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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