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고용불안에도 거제·울산행 택하는 노동자들

  • 등록 2016-06-21 오후 3:24:20

    수정 2016-06-21 오후 3:24:20

[이데일리 최선 기자] 국내 대형 조선업체 3개사 노동조합·노동자협의회가 일제히 파업을 포함한 쟁의활동 준비를 마쳤다. 대규모 인력 감축 등 사측의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맞서 생존권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조선업황이 어려운데 노조가 ‘제 밥그릇 챙기기식’ 떼를 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열심히 일만 해온 노동자를 대규모로 쳐내고 있다’는 노조·노협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방만하게 경영을 펼쳐 온 조선 빅3 경영진의 오판이 각 가정의 가장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결과를 낳은 것이라는 분석이 전혀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선 빅3는 마구잡이식 저가 수주와 해양플랜트 사업에 뛰어드는 등 경쟁을 심화시켰다. 특히 2000년부터 두차례에 걸쳐 7조1000억원의 혈세를 투입해 목숨을 연명해 온 대우조선은 감사원 조사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방만경영, 비리의 온상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혀를 차게 만들고 있다. 차장 한 명이 180억원을 횡령하고, 전 사장은 친구의 회사를 통해 120억원을 챙기는 등 회사의 위아래가 통째로 썩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서다.

이런 상황 중에도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모인 한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는 조선 업체에 대한 분노보다는 당장의 일거리에 대한 관심이 가득해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이들은 최근 조선사들의 수주 소식에 ‘이제 일감이 생긴다’며 기뻐하고, 현재의 수주 잔량을 체크하며 하반기 대량 해고사태를 우려하기도 한다.

기존의 조선 노동자들 외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거제와 울산행을 선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 커뮤니티 내에는 조선소 취업이 가능한 지, 분위기는 어떤 지를 묻는 의견들이 최근에도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조선업황은 악화했지만 생계를 이어가려는 이들의 의지는 불황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009540), 대우조선해양(042660), 삼성중공업(010140) 등 대형 조선업체 3개사의 자구대책으로 내놓은 것 중 가장 일률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인력감축’이다. 구조조정의 칼날을 칼집에 도로 집어넣기엔 너무 늦은 상황이다. 일부 조선소에서는 임금 체불이 벌어지고 있기도 한 암울한 시대에 일감을 찾아 조선소를 찾는 가장들의 모습이 씁쓸하다. 대규모 부실사태에 책임을 져야할 경영진들은 온데간데 없고 배 만들기에 몸바쳐온 이들이 목을 내밀어야 하는 상황만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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