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성룡 KCTV 회장 "지역 특화가 SO가 갈 길" (일문일답)

제주지역민을 위한 프로그램 제작, 보도국 운영 → 지역 매체로 자리잡아
후발 경쟁업체와 힘겨운 경쟁중이지만 지역 특화 정보로 차별화 전략
  • 등록 2015-07-28 오후 4:54:15

    수정 2015-07-28 오후 4:54:15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케이블TV가 살아남는 법?’

이젠 올드미디어가 된 케이블TV.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를 시작한지 이제 20년이지만 후발주자인 IPTV, 위성방송 등과 힘겨운 경쟁을 하며 ‘최대 유료방송사업자’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유료방송 시장의 수신료 구조가 점차 저가화되면서 시장이 축소되고 있지만 다른 한켠에서는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바로 제주KCTV다. 제주KCTV는 IPTV와 위성방송, 지상파가 할 수 없거나 하기 어려운 지역 특화 서비스로 앞서나가고 있다.

제주KCTV 본사 (제주KCTV 제공)
제주KCTV는 이미 ‘케이블’이라는 단어를 임직원 명함은 물론 사옥, 전단지에서도 뗐다. 케이블TV사업자(SO)라는 한계를 넘어 지역 매체로 유무선 통합 IT 기업으로 진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제주KCTV의 채널 구성에서도 쉽게 나타난다. 대부분의 SO가 자사 운영 지역 방송 채널을 1번 혹은 4번에 두고 있지만 제주KCTV는 당당히 7번에 뒀다. KBS, MBC와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하겠다는 뜻이다. 공성룡 제주KCTV 회장은 “시청 점유율 만큼은 KBS 다음일 정도”라고 자신했다.

제주KCTV는 마을 단위 소규모 공동체가 발달돼 있으면서 외부 관광객이 많은 제주도만의 특성도 고려했다. 이들이 필요로하는 마을 정보, 관광 정보를 스마트 채널 20번을 통해 방영하고 있는 것이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라는 입지 조건도 고려해 날씨 정보와 항공기 운항 정보도 다른 어떤 방송 서비스보다 빠르게 제공하고 있다.

이데일리는 지난 15일 제주KCTV방송의 창업주인 공성룡 회장과 만나 성공 비결과 유료방송이 살아갈 길에 대해 조망해봤다. 관련 내용은 21일자 이데일리 기사 <‘다윗’ 제주방송, 지역 특화 전략으로 ‘골리앗’ 앞섰다> 에 실렸다.

다음은 공성룡 회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제주KCTV 방송이 어떤 기업인지 소개해달라.

공성룡 제주KCTV 회장 (제주KCTV 제공)
“제주 KCTV 방송이 올해로 20년이 됐다. 그동안은 방송만 내보내는 케이블TV에서 유선통신, 무선통신 외 여러가지 원시스템을 구축해가고 있다. 또 20번 채널을 쌍방향 스마트채널로 운영하고 있다.

이 채널은 실시간으로 제주도민과 관광객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가령 항공기 이착륙 스케쥴등은 제주 공항과 핫라인으로 연결돼 바로 볼 수 있다. 시청자가 본인이 필요로하는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도민들에 필요한 결혼·개업·부고 소식도 무료로 전해준다. 추천 관광지, 우리 동네 소식, 맛집 소식, 동문회, 동창회 소식들을 다 전한다. 날씨 부분을 리모콘으로 누르면 태풍 올라오는 사진을 위성 사진으로 볼 수 있다.

위성 사진을 보면서 앞으로의 태풍 경로를 가늠할 수 있다. 제주도민들이 필요로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다보니 이 스마트 채널이 요즘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다.

현재 KCTV는 호텔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호텔 객실에 들어서면 ‘누구님 어서 오십시오’ 이런 것도 TV에서 볼 수 있게 만들어줬다.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만들어온 게 우리 KCTV의 매력이다.

물론 지금은 IPTV와 경쟁을 하면서 힘들다. 그러나 지역민이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것만이 방법이다. 이것은 IPTV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요새는 마을마다 마을 소식을 전하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예전에는 이장이 마이크로 방송을 하곤 했는데 지금은 마을에서 TV에 공지 사항이 찍히도록 했다. 이장이 ‘오늘 잔치다, 뭐다, 농약 쳐라’ 이런 것을 알려 줄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렇게 우리 나름대로 양방향으로 도민이 필요로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쉽게 말해 지상파, IPTV 등이 제공하지 못하는 지역민 특화 서비스가 KCTV의 강점이다. 우리가 대기업보다 부족하고 힘이 없지만 지역방송으로서 위상을 가져가고 있다.

실제로 우리 지역 소식을 보기 위해 IPTV로 안가는 가입자도 있다. IPTV로 가면 우리 지역 채널 7번을 못본다.

최근 들어서는 골프장 일기예보도 만들었다. 골프장 주변에 카메라를 달 예정이다. 앞으로는 서울에서 제주도를 방문할 계획인 사람에 제주도 골프장 날씨를 전하는 서비스도 할 생각이다. 우리 고객들의 필요를 위해서 만들고 일한다.”

-양휘부 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이 ‘하나된 케이블, 지역에 특화된 케이블’을 주창한 바 있다. 이같은 주장이 제주도에서 구현된 것 같다.

“하나의 예를 들어 보겠다. 작년 결산서를 보니까 우리가 방송 제작에 쓴 돈이 48억원이었다. 그런데 방송 제작에 최고로 많은 돈을 쓴 SO가 7억원 정도였다. 방송에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는데 많은 경우 못하고 있으니까 안타깝다. 고객이 원하는 길목을 찾아서 해야한다.”

-20년이 지났지만 아직 지상파와 지역 민방과 비교해서는 역사가 짧다. 그래도 사랑받는 지역 매체로 올라왔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소감은?

“지난 20년 너무 평온하게 잘 커왔다. 케이블TV 업계 전체적으로도 그렇다. 그러나 IPTV, 위성방송과 경쟁하면서 그 평온함이 깨졌다. 전쟁 상황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지금이 좋다고 본다. 평온함이 계속된다고 해서 절대적으로 좋을 게 없다. 그 이후에는 내리막이다. 발전을 위해서는 경쟁이 필요하다.

일단 시장이 있다. 다른 회사가 가져가든 IPTV가 갖고 가든 다 우리의 노력에 달린 것이다. 최선을 다해보면 어떻게 하든지 길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중국어, 영어 방송도 운영하고 있다.

“7번에 영어뉴스와 중국어 뉴스가 정규 편성돼 있다. 중국 아나운서가 중국말로 우리 제주 소식을 전한다. 중국 관광객 입장에서 자국 말로 들리는 뉴스를 보면 얼마나 좋아하겠는가.”

-SO 중에서 보도국이 제 기능을 하는 곳이 제주KCTV다. 어떤 방송을 중점적으로 보내는지.

“7번의 경우 낮시간 도의회 등을 생중계를 하곤 한다. 이걸 우리만 한다.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틀어준다. 그래서 도 의회에서 우리 기자들을 제일 좋아한다. 우리만의 인프라 덕분이다.

또 한가지는 지상파 등 인기 채널 사이에 홈쇼핑이 없다. 채널 사이에 홈쇼핑을 넣는 것은 가입자 입장에서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지상파는 지상파대로, 종편은 종편대로 모아 놓고 홈쇼핑도 한 채널 대역으로 몰아 넣었다. 그러다보니 SO 중에서 우리가 홈쇼핑 수수료를 SO중에서 제일 적게 받는다.“

제주KCTV 보도국 스튜디오 (제주KCTV 제공)
-제주KCTV의 대표 방송이라고 할만한 것 한가지 말해달라.

”뉴스 말고는 ‘우리 개업했어요’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식당 개업을 한 집을 알려준다. 이걸 방송으로 제작해서 보내준다. 중소상공인을 위한 목적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 제주 관광업계가 피해를 입자 수신료 인하를 해줬다. 이같은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숙박업소 예약률이 떨어지고 일부는 휴업까지 했다. 우리도 이같은 어려움에 동참하는 길이 없겠는가 고민했다. 그러다 수신료 반값을 생각하게 됐다. 개별의 숙박업소 입장에서는 큰 돈이 아닐 수 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월 4~5억원이 줄어들어 부담이다.

그러나 지역민을 위해 결심했다. 만약 KT가 한다고 먼저 나서면 우리같은 지방 기업이 민망해지지 않겠는가. 그래서 서둘러 실시했다. 특히 제주 숙박업소의 90%가 우리 고객이다. 그렇게 해서 7, 8월 수신료 50% 인하를 하게 됐다.

인하 대상은 약 2100군데 정도 된다. 숙박업소, 관광전문업소, 전세버스, 렌터카, 여행사 등이었다.

지금 와서 보면 잘한 것 같다. 감사하다고 전화도 왔다. 우리의 뒤를 이어 따라하는 곳도 여럿 생겼다. 우리가 제일 먼저했다는데 뿌듯했다.

그런데 이번에 조사를 해보니까 7월말부터 숙박업소에 방이 없을 정도로 가득찼다고 했다. 7월 한 달만해도 될텐데(웃음). 그 당시에는 빨리 회복이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우리 직원들이 가면 잘했다고 격려하는 고객들도 있다.“

-케이블TV 업계 대표적인 두 가지 이슈가 있다. 하나는 결합상품, 또다른 하나는 재전송료(CPS)다. 이에 대한 생각은?

“결합상품은 아무래도 케이블TV 쪽에 불리하다. 우리도 결합상품이 있다. 다만 대기업처럼 복잡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단순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다. 소비자 혜택을 준다는 의미에서 결합상품은 필요하다고 본다.

CPS등 여러 분쟁이 방송 업계 있다. 일단은 분쟁없이 원만한 해결로 갔으면 한다. 지역민 보기에도 좋지 않은 모습이다.”

-육지에서는 설치기사들에 대한 간접고용 문제가 계속 끊이질 않고 있다. 설치 기사 고용 상황은 어떤가.

“AS·설치기사가 30여명 되는데 전부 본사에서 직접 고용한 정규직 직원들이다. AS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 설치 기사들은 우리 회사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본인이 인터넷 없는 집에 가서 인터넷 신청을 받아오기도 하고, 알뜰폰 신청을 받아오기도 한다. 연장도 만들어주고 심지어 신발 정리까지 해준다. 가입자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AS·설치 기사들은 정말 중요하다.

콜센터도 직영하고 있다. 어떤 이는 이 대규모 인력을 어떻게 감당하겠느냐 걱정도 하지만 우리는 잘하고 있다고 본다.”

-방송 수신료의 저가화도 구조적인 원인중의 하나다. 제주KCTV는 어떤 상황인지.

“우리는 안 낮추고 있다. 그래서 경쟁사들로 많이 공격받고 있다. 왜 안낮추는가. 전체 가입자들이 제값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가입자 유치를 위해 수신료를 깎는다면 기존 가입자와 형평성에 안맞는다. 그렇다고 다 낮추면 우리는 마이너스다. 디지털은 2만원, 아날로그는 7000원이다. 경쟁 업체에서 5000원으로 공격하지만 우리 직원들이 아둥바둥해서 지켜내고 있다.

우리는 이들과는 다른 서비스로 가자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많은 도움이 됐다. IPTV에는 없는 지역소식방송을 볼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우리가 폭리를 취하는 것은 아니다. 더 이상 낮아지면 회사가 발전을 못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수신료가 한달 3000원, 2000원이라면 AS도 못간다. ”

제주KCTV 본사 앞에 있는 어린이집 (제주KCTV 제공)
-방송 이외 제주KCTV의 또다른 강점은 뭐가 있나.

“디지털미디어센터(DMC)다. 대부분의 개별SO들은 DMC를 본인이 갖질 못하고 있다. MSO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우리는 독자적으로 DMC를 운영하고 있다. DMC를 갖고 있다보니까 제주도청과 산하 기관과의 방송 연결을 손쉽게 할 수 있다. 가령 도지사의 연설을 산하 기관 직원들에 생중계하는 것도 우리가 대행할 수 있다. 독자적인 DMC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물론 DMC를 만들면서 몇 십억원의 돈이 들었다. 그러나 잘했다고 생각한다. 방송만 갖고 해서는 안된다. 지방에 필요한 것을 하면서 이외의 것을 찾아봐야 한다. 현재 우리도 도가 필요한 것을 해주고 그에 따른 수익을 얻고 있다.

또 다른 강점 한가지는 제주KCTV 임직원 300명이 전부 직접 고용이라는 점이다. 우리 직원들 중고등학교 학비를 지원하고, 대학 등록금은 무이자로 빌려준다. 어린이집도 지었다. 직원들이 회사의 주인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이 없으면 회사가 안된다. 방송은 내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 것이다. 그리고 국가 것이다. 이 생각으로 KCTV가 50년 이상 가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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