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의 청자실이 새롭게 단장했다.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와 ‘청자 참외모양 병’ 등 국보 12점과 보물 12점 등 250여 점을 선보인다.
23일부터 일반에 공개하는 이번 개편의 특징은 고려청자가 지닌 독특한 아름다움을 비롯해 제작기법과 실제 쓰임새, 그리고 자기 제작의 시작과 완성이라는 문화사적 의의도 주목했다는 점이다. 그간 청자실에 전시되지 않았던 중요 가마터 출토 청자 조각 등 여러 자료를 활용해 고려청자를 다각적인 관점에서 보여주려 했다.
22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청자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라며 “청자의 본 모습을 느낄 수 있도록 전시실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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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편의 핵심은 청자실 안에 특별히 마련한 ‘고려비색’ 공간이다. 비색청자란 은은하면서도 맑은 비취색을 띤 절정기의 고려청자를 말한다. 중국 송나라 사신 서긍(1091~1153)이 1123년 고려를 방문한 후 남긴 ‘고려도경’에는 당시 고려인이 청자 종주국인 송나라 청자의 비색(秘色)과 구별해 고려청자의 색을 비색(翡色)이라 불렀다고 기록돼 있다.
서긍 역시 고려 비색청자를 극찬했다. 고려청자의 아름다운 색은 오늘날에도 감탄의 대상이다. 월탄 박종화(1901~1981)는 그의 시 ‘청자부’에서 고려청자를 “가을소나기 마악 지나간 구멍 뚫린 가을하늘 한 조각”과 같다고 노래했다. 고려 비색청자는 한국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대명사로 널리 인식됐다. 강경남 학예연구사는 “고려청자는 기포층이 가득 차 빛이 산란하며 색을 낸다”며 “고려 장인이 기울인 노력의 결정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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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전라북도 부안 유천리 가마터에서 수집된 상감청자 조각들도 특별히 전시된다. 상감청자 조각들에는 파초잎에서 쉬는 두꺼비, 왜가리가 노니는 물가풍경 등 자연의 모습이 묘사돼 있다. 희귀한 상감청자 무늬를 모티프로 삼은 서정미 넘치는 일러스트 영상 ‘자연을 즐기다’는 김영준 작가가, 자연의 일부같은 이끼 연출은 오수 작가가 담당했다.
‘모두를 위한 박물관’에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해 점자지도와 상감청자 제작과정을 담은 촉각전시품 등을 설치해 취약계층의 접근성도 높였다. 11월과 12월에는 매주 수요일 저녁에 큐레이터와의 대화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