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고지서에 '딤채 김치냉장고 리콜하세요'…정부까지 나섰다

김치냉장고 화재 신고 10건 중 8건이 위니아
산업부, 지난해 12월 노후 제픔 리콜 공표
8개월 만에 278만대 중 136만5000대 회수
"정부가 제품 리콜 위해 TF 꾸리는 것은 이례적"
  • 등록 2021-09-02 오후 4:15:36

    수정 2021-09-02 오후 9:22:51

[이데일리 임애신 기자]“이렇게까지 자주 화재가 발생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기업 제품 리콜을 위해 대대적으로 나서는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정부가 지난 2005년 9월 이전에 만들어진 위니아딤채 뚜껑형 김치냉장고 리콜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멀쩡하게 사용하던 김치냉장고에서 갑자기 불이 나는 사고가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정부를 비롯해 여러 유관기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합쳤다. 단순한 제품 결함을 넘어 사회적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았다면 하지 못했을 일이다.

위니아딤채 2005년 9월 이전 모델 김치냉장고 화재 현장. (사진=산업통상자원부)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산업부가 지난해 12월 위니아딤채 김치냉장고 리콜을 공표한 후 올해 8월16일까지 리콜 대상 제품 278만대 가운데 회수된 건 136만5000대에 그쳤다. 회수율은 49.1%로, 50%가 채 안된다. 리콜은 소비자의 생명·신체·재산에 위해를 끼치거나 끼칠 우려가 있어 이를 예방해야 할 경우 발령하는 조치다.

여러 브랜드가 있지만 위니아딤채 제품만 콕 집어 리콜을 한 이유가 있다. 최근 5년간 한국소비자원 위해감시시스템에 접수된 김치냉장고 화재 296건 중 239건, 전체의 80%가 위니아딤채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삼성·LG도 있는데 왜 위니아딤채만?

딤채 냉장고에서 유독 화재가 빈번한 것은 출시한 지 16년이 넘은 노후 제품이어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정한 냉장고의 내용연수는 7년이다. 내용연수란 보통의 조건에서 통상의 수리를 전제로 그 자산이 폐물로 파기할 때까지의 이용 기간을 뜻한다.

이 제품을 많은 사람이 구매했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 위니아딤채는 1995년 출시 이후 26년째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전자업계에서는 뚜껑형 제품의 구조도 화재에 일조한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뚜껑형이 많이 나왔지만 최근에는 스탠드형이 대부분”이라며 “뚜껑형은 위에 공간이 남기 때문에 무거운 물건이나 냄비 등을 올려놓는 경우가 많아 결함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구입고객 60대 이상 고령층…“리콜 모를 가능성 커”

위니아딤채가 리콜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홈페이지를 통해 리콜을 알리고 보상 판매를 실시했다. 소비자원과 노후한 김치냉장고를 대상으로 안전 점검에도 나섰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리콜은 지지부진했다. 당시 딤채를 산 고객이 현재 60~70대 이상의 노인이어서 리콜 정보를 접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6년이 훌쩍 지나 구매자 정보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데다 사용자의 신고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278만대나 팔렸는데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제품에서 이틀에 하루꼴로 불이 났다”며 “한 기업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사회와 국가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인식 하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관기관과 뭉쳤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소방청과 전기안전연구원, 한국도시가스협회 등과 ‘민관합동 노후 김치냉장고 화재예방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힘을 합치기로 했다. TF 관계자는 “당초 위니아 측에서는 자발적으로 리콜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브랜드 이미지 실추 등을 우려했지만, 화재가 지속해서 발생해 기업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위니아딤채를 설득했다”고 전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외경. (사진=산업통상자원부)


그 결과 지난해 12월 산업부와 소비자원은 공동으로 리콜을 발령했다. 연평균 9만건이었던 리콜은 공표 8개월 만에 22만건을 넘었다. 이 같은 성과 덕분에 위니아딤채 김치냉장고 리콜은 박진규 산업부 제1차관이 이날 주재한 제34회 차관회의에서 산업부의 적극 행정 추진 현황과 우수 사례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141만여대 더 회수해야…“가능한 모든 수단 동원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141만5000대를 더 회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오는 24일까지 17개 시·도와 ‘리콜 김치냉장고 찾기 운동’을 이어간다.

고령층도 리콜 사실을 인지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사회복지사와 시·군 소식지 등 홍보자료, 통·리장을 통한 배포, 전광판, 카드뉴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지역언론 등을 통해 리콜을 알리는 중이다.

전국에 있는 약 8000명의 전기·가스안전 점검원의 도움도 받는다. 이들이 점검을 위해 세대를 방문할 때 해당 김치냉장고를 발견해 신고하면 위니아딤채가 모바일상품권도 증정하는 방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가정 방문이 감소했지만, 약 200건의 신고가 접수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앞으로 전기요금고지서에도 위니아딤채 리콜 내용을 홍보할 계획”이라며 “국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비상계엄령'
  • 김고은 '숏컷 어떤가요?'
  • 청룡 여신들
  • "으아악!"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