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에도 빙하는 무너진다? 남극서 증거 찾았다

극지연, 남극 스코시아해 빙하 붕괴 현상 규명
  • 등록 2020-11-10 오후 2:36:03

    수정 2020-11-10 오후 2:36:03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빙하기에 빙하가 무너져 내린 흔적을 남극바다에서 찾았다.

빙하기는 지구의 평균 온도가 떨어져 얼음으로 덮인 영역이 늘어나는 시기이다. 남극 빙하의 붕괴는 빙하기가 끝나고 온도가 오르는 간빙기에 주로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 연구들에서도 간빙기 때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얼음덩어리들이 운반한 것으로 추정되는 굵기 1mm 이상의 입자들이 남극바다 퇴적물에서 확인됐다.

극지연구소는 호주국립대, 충남대 연구팀과 2003년 남극 스코시아해에서 빙하 기원으로 보이는 퇴적물을 분석해 2만 2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를 발생 시기로 지목했다. 빙하기에도 빙하가 붕괴해 바다로 퇴적물이 공급됐다는 것이다.

간빙기에 쌓인 것으로 추정되는 육안으로 구별 가능한 굵은 입자 크기를 포함한 퇴적물.(사진=극지연구소)
연구팀이 분석한 퇴적물의 입자는 70% 이상이 0.016~0.063mm 크기로 나타나 간빙기 때보다 작았고, 자성을 띤 광물은 4배 이상 많았다.

대자율은 물질이 자성을 띠는 정도이며, 육상에서 온 퇴적물에서 높게 나타난다. 빙하 퇴적물도 비슷한 특성을 보이는데, 스코시아해에서 끌어올린 퇴적물도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빙하가 품고 있던 퇴적물이 바다까지 오기 위해서는 빙하가 쪼개지거나 녹아 없어져야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역추적해 빙하기에도 빙하가 부서졌음을 알아냈다.

남극 스코시아해는 남극의 가장자리인 남미와 남극반도 사이에 있다. 빙하기와 간빙기 동안 증감하는 빙하의 흔적들이 잘 남아 있어 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얼음과 바다의 상호작용을 규명하기 위한 국제공동해양 시추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김성한 극지연 선임연구원은 “과거 기록에서 찾아낸 빙하의 움직임과 붕괴 현상 등은 기후변화 모델링의 기초자료이며, 미래기후의 정확한 예측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Palaeogeography, Palaeoclimatology, Palaeoecology 11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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