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가 6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법무법인 광장과 공동으로 개최한 ‘지배구조 규제 강화, 이대로 괜찮은가’ 세미나에서 이같은 지적이 제기됐다.
|
이사충실의무 관련 발제를 맡은 김경천 광장 변호사는 “이미 오랜 기간 판례가 축적돼 실무상 기준이 정립된 이사의 의무에 ‘주주의 이익’ 개념을 추가하면 기업들의 경영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굳이 상법 개정을 통해 주주에 대한 이사의 책임을 별도로 명시할만한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김 변호사는 “현행 상법 개정안만으로는 이사가 충실의무 준수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고, 주주들이 이사의 책임을 과도하게 추궁할 우려로 회사의 자본거래 자체가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기존에 정당하게 실행됐던 합병, 물적분할 등 자본거래에 대한 의사결정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영진들이 기업구조조정 등에 대한 의사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실행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
이어 “자산 2조 원 미만 상장회사의 경우, 감사위원 분리 선임 의무화를 우려해 규모를 일정 미만으로 유지하면서 성장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피터팬 증후군’에 빠질 수 있다”며 “지분 쪼개기 등 편법적 수단을 통해 해당 규제를 우회하는 사례도 발생할 우려가 높다”고 덧붙였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행동주의 펀드 확대될 것
김수연 광장 연구위원은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소액주주 보호보다 행동주의 펀드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하는 투표를 할 때 각 주주에게 뽑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제도를 말한다.
이어 “미국과 일본은 과거 집중투표제를 강제했다가 주주간 파벌싸움 등 경영상 혼란이 발생하자 기업 자율에 맡기는 등 임의규정으로 선회했다”며 “집중투표제를 의무한 국가는 러시아, 중국, 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는 집중투표제를 의무한 나라가 없어 글로벌 스탠다드와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강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배구조 규제 강화는 이사가 소액주주를 위해 일하게 만드는 제도로, 이는 경제성장을 이끄는 주식회사 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경쟁국과의 경제성장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법 개정을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에 의문을 표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논의 중인 상법개정안은 기업 경영진의 의사결정 권한을 불필요하게 제한해 기업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와 성장을 가로막는 기업성장족쇄법이 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