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편집자 주] 언어의 특성 중 역사성이라는 것이 있다. 언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성, 소멸, 변화의 과정을 겪는 것을 가리켜 바로 ‘언어의 역사성’이라고 한다. 언어의 역사성에 기반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신조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매일같이 넘쳐나는 신조어의 세상 속에서 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신조어들이 다양한 정보기술(IT) 매체를 통한 소통에 상대적으로 더욱 자유롭고 친숙한 10~20대들에 의해 주로 만들어지다 보니, 그들과 그 윗세대들 간 언어 단절 현상이 초래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젊은층들은 새로운 언어를 매우 빠른 속도로 만들어 그들만의 전유물로 삼으며 세대 간 의사소통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기성세대들도 상대적으로 더 어린 세대들의 언어를 접하고 익힘으로써 서로 간의 언어 장벽을 없애 결국엔 원활한 의사소통을 꾀하자는 취지에서 연재물 ‘이연호의 신조어 나들이’를 게재한다.
| 사진=tvN 예능 프로그램 ‘텐트 밖은 유럽 - 스페인 편’ 방송 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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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 > 속 영수와 재성의 대화에서 (_)에 들어갈 가장 알맞은 말은?
<영수: 벌써 벚꽃도 폈는데 같이 보러 갈 사람이 없다.
재성: 너 외롭구나? 여자친구 소개해 줘?
영수: 아니야 고맙지만 사양할게. 나는 (_)라서...>
1) 오만추 2) 운만추 3)인만추 4)자만추
정답은 4번 ‘자만추’다.
신조어 ‘자만추’는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라는 의미다. 즉 소개팅 등 인위적인 수단을 통해 이성을 만나기보다는 학교나 회사 혹은 동호회 등에서 자연스럽게 만나 연애를 시작한다는 의미다. 즉 상대적으로 긴 시간 동안 상대와 정서적 교류를 통해 친분을 쌓고 그 과정에서 호감이 싹터 연애를 시작하는 방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즉 이성 교제에 있어 하나의 방법론인 셈이다.
다만 한 포털의 개방형 국어사전엔 ‘자만추’의 뜻으로 ‘자장면에 만두 추가’도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와 함께 등재돼 있다. 이는 과거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서 신조어 퀴즈에 임하던 MC 유재석이 출제자가 ‘자만추’의 뜻을 묻자 ‘자장면에 만두 추가’라고 답한 것이 이후 크게 이슈화되면서 기존의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에 이어 새로운 뜻으로 인정받게 된 경우다. 중국집에서 메뉴를 고를 때 ‘자만추’라고 하는 경우는 대개 ‘자장면에 만두 추가’를 뜻한다고 이해하면 쉽다. 나머진 경우엔 거의 예외 없이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의 의미로 쓴다. 요즘 2030세대에선 ‘자만추’를 ‘자고 나서 만남 추구’라는 의미로 변형해 사용하기도 한다.
‘자만추’와 반대되는 말로는 ‘인만추’가 있다. 이는 ‘인위적인 만남 추구’의 줄임말로, 소개팅(데이팅 앱 포함)이나 맞선 등을 통해 이성을 만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을 가리킨다. 아무래도 ‘자만추’는 상대의 외모를, ‘인만추’는 상대의 조건을 좀 더 우선시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또 ‘운만추’는 ‘운명적인 만남 추구’라는 의미로 이 세상 어딘가에는 자신만의 이상형이 있어 언젠간 그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운명론자들의 연애법을 가리킨다. 이 밖에 ‘아만추’는 ‘아무나 만남 추구’의 줄임말로, 보통 오랫동안 연애를 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자조 섞인 말과 함께 쓰는 말이다.
배우 조진웅은 지난 9일 tvN 예능 프로그램 ‘텐트 밖은 유럽 - 스페인 편’ 2회에 출연해, ‘자만추’의 뜻을 묻는 배우 권율의 질문에 마른침을 한 번 삼킨 뒤 호기롭게 ‘자, 만두 추가요’라고 답해 다른 출연진들의 폭소를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