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피아트사, 경유차 배출가스 불법조작한 것 맞다"

짚 레니게이드·피아트 500X
"인증취소 적법한 것으로 봐야"
  • 등록 2020-07-23 오후 1:51:20

    수정 2020-07-23 오후 1:51:20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약 20분 동안의 자동차 배출가스 인증시험 시간 중에만 저감장치가 정상 작동되도록 관련 부품을 설계했다면 배출가스를 불법 조작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행정심판 결과가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사의 경유차 ‘짚 레니게이드’와 ‘피아트 500X’에 대한 배출가스 인증 취소 처분이 위법하다며 수입·판매 A회사가 청구한 행정심판 청구를 기각했다고 23일 밝혔다.

중앙행심위에 따르면 A사는 2015년 3월 전문인증기관으로부터 이 두 개 차종에 대해 배출가스 인증을 받아 국내에서 판매해 왔다. 자동차 배출가스 인증제도란 배출가스 저감장치 성능을 전문인증기관이 검사해 허용기준에 맞게 작동되고 있는지를 인증해 주는 제도다.

그러나 이후 인증기관은 이 두 차종이 실제 운행상황에서는 배출가스 저감장치의 가동률을 낮추거나 중단시키도록 임의로 설정됐다며 배출가스 불법 조작으로 보고 해당 차량에 대한 인증을 취소했다.

A회사는 해당 차량에 설치된 소프트웨어에는 인증시험과 일반 도로주행의 경우를 구별하는 기능이 없고, 시동 후 23분 뒤부터는 탑승자 안전 목적으로 저감장치 가동률을 낮추도록 설계를 했다며 인증 취소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앙행심위는 △A회사가 제출한 배출가스 인증 신청 서류에는 저감장치 작동방식에 대한 설명이 없었고 △엔진 시동 후 23분이 지난 시점부터 저감장치 기능을 낮추도록 한 소프트웨어가 엔진의 사고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설정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중앙행심위는 “A회사가 당초 인증 받을 수 없었던 해당 차량에 임의 설정된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인증을 받은 것으로, 이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인증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며 배출가스 인증을 취소한 것은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명섭 권익위 행정심판국장은 “최근까지도 수입 경유차의 배출가스 불법 조작 관련 규제 당국의 적발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이번 결정이 점점 심각해지는 대기환경 오염문제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행정청의 처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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