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기밀문건 불법 반출 혐의 등으로 형사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판에 하루 앞서 12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이동했다. 이날 마이애미에서는 트럼프 반대 시위와 트럼프 지지 시위가 동시에 열리면서, 재판 당일 양측의 충돌로 폭력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등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12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도랄 리조트 밖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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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13일 플로리다 남부 마이애미 연방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전용기를 타고 뉴저지를 출발해 마이애미에 도착했다. 변호인단과 만나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하루 앞서 마이애미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지난 4월 ‘성추행 입막음 의혹’ 사건으로 뉴욕 법원에 출석한 이후 두 번째다.
앞서 미 검찰은 지난 9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장을 공개하고 13일 법원에 출석하라는 소환장을 송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방 관련 기밀정보를 의도적으로 보유한 혐의 31건, 수사 대상 문건을 은닉하고 허위 진술하는 등 사법방해 관련 혐의 6건 등 총 37건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퇴임 후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 다수의 기밀문서를 숨기고 수사 당국이 이를 찾지 못하도록 조직적으로 방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 정부를 맹비난하며 ‘마녀사냥’, ‘정치적 탄압’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아울러 자신을 지지하는 공화당원들을 상대로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난입 때처럼 반발 시위를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전날 자신의 측근인 로저 스톤과 라디오 인터뷰를 진행하며 지지자들에게 “우리는 지금 많은 힘이 필요하다. 항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법원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머무르는 트럼프 내셔널 도럴 리조트 인근에서느 반(反)트럼프 시위와 트럼프 지지 시위가 동시에 벌어졌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미국을 구하라’ 등이 적힌 플래카드나 깃발을 들고 “트럼프는 결백하다”고 외쳤고, 반트럼프 시위대는 “그를 구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측은 재판이 열리는 13일에도 법원 앞에 집결할 전망이다. 현지 경찰은 최대 5만명이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6 의사당 난입사태의 주범으로 꼽히는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즈’ 회원들도 트럼프 지지 시위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다시 폭력사태가 발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마이애미 경찰은 법원 주위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인력을 보강하는 등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재판 당일엔 주변 도로도 폐쇄할 예정이다. 마누엘 모랄레스 마이애미 경찰서장은 “우리는 (대규모 시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