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값 급등에 연료전지 발전설비도 3분의 2가 ‘개점휴업’

최근 3년 설치한 384곳 중 261곳 미가동 상태
코로나 불황 속 LNG 가격 급등에 수익성 잃어
"수소 제조용 가스비 인하 등 적극 지원책 필요"
  • 등록 2023-02-06 오후 3:43:41

    수정 2023-02-06 오후 7:24:35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재작년 말부터 이어진 천연가스 가격 급등 여파로 수소 연료전지 발전설비도 약 70%가 ‘개점휴업’ 상태가 된 것으로 집계됐다. 단순히 신·재생 설비 확대에 그치지 않고 설치한 설비가 제대로 활용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양금희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한국에너지공단의 ‘2022년도 신재생에너지 의무 사후관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2021년 정부 지원으로 설치된 전국 연료전지 발전설비 384곳 중 68.0%에 이르는 261곳이 작년 기준 미가동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상 가동 중인 곳은 123곳(32.0%)으로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례적으로 낮은 수치다. 한국에너지공단 등은 지난해 조사에서 국내 신·재생 설비 9만3792곳을 조사했는데 이중 미가동 상태인 곳은 572곳(0.6%)뿐이었다. 태양광은 8만6193곳 중 0.3%인 281곳만이 미가동 상태였고, 태양열(15곳·0.4%), 지열(13곳·0.4%)도 미가동률은 극히 미미했다. 소수력과 풍력도 각각 3곳, 6곳 중 1곳이 미가동 상태였으나 관로 보완, 고장 수리 등 작업에 따른 일시적 중단으로 파악됐다. 연료전지처럼 다수 설비가 미가동 상태인 신·재생 에너지원은 없다.

현 연료전지의 주원료인 천연가스 시세 급등 여파로 풀이된다. 연료전지는 수소를 연료 삼아 산소와의 화학 반응으로 전기와 열을 만들어 공급하는 친환경 에너지 설비인데, 현 시점에선 수소를 만들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나 액화석유가스(LPG)를 연료로 쓴다.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하는 수전해 수소 생산 기술도 개발돼 있지만 높은 단가로 아직 상용화하지는 못했다. 이 상황에서 LNG 가격이 재작년 말 이후 평년대비 2배가량 급등하면서 건물·주택 관리자가 기존 전기요금보다 더 비싼 돈을 들여가며 연료전지를 가동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에너지공단은 “연료비 상승에 따른 사업성 부족이 주요 가동중단 사유”라며 “특히 건물 지원사업으로 보급한 연료전지는 코로나19에 따른 건물 내 피트니스·대중목욕탕 등 다중이용시설의 운영 중단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개별 사업자는 물론 정부도 적잖은 비용을 투입한 사업인 만큼 가동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추가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미래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수소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2010년부터 보급 지원사업을 추진해 왔고 지난해도 주택·건물에 설치비의 약 70%를 지원해 왔다. 연료전지 설치에 대한 정부 지원액은 주택용 기준 약 20억원, 건물용은 50억원에 이른다.

양금희 의원은 “보조금을 받아 연료전지 발전 설비를 설치한 뒤 실제로는 가동하지 않는 건물과 주택이 너무 많은 상황”이라며 “수소제조용 가스요금 인하 등 더 실효성 높고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물 내 연료전지 설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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