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계란' 유통기준 강화하자…이마트, 비세척란 '꼼수판매' 논란

정부, 1일부터 세척 계란 '냉장보존유통기준' 마련 시행
이마트, 상온판매 가능한 비세척란 판매…대형마트 중 유일
비세척란, 보관·진열 쉽지만 껍질에 묻은 이물 음식 유입 가능성 커
국회입법조사처, "계란 안전 좌우하는 건 온도"
  • 등록 2019-01-30 오전 11:04:25

    수정 2019-01-30 오후 7:15:32

이마트 자양점에서 비세척란이 상온 상태로 판매되고 있다.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이마트(139480)가 이베리코 돼지고기 가짜 논란에 이어 세척하지 않은 계란(비세척란)을 판매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에서 안전한 계란 유통을 위해 규제를 강화하자 사각지대에 있는 비세척란 판매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 3사 중에 비세척란을 판매하는 곳은 이마트가 유일하다.

30일 이데일리 취재 결과 이마트 성수본점과 자양점에서는 비세척란이 상온 상태로 매대에 진열돼 판매되고 있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일부터 ‘축산물의 가공기준 및 성분규격’을 개정해 계란의 냉장 보존 및 유통을 의무화했다. 계란의 세척 기준도 새롭게 신설했다. 30℃ 이상의 깨끗한 물로 계란을 세척하고, 100~200ppm 차아염소산 나트륨이나 그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살균하도록 했다.

또 세척한 계란은 반드시 냉장(0~10℃) 상태로 보관·유통해야 한다. 세척 유무와 상관없이 한 번이라도 냉장 보관을 한 경우라면 냉장 상태로 유통 및 판매를 의무화했다.

계란 유통의 규제 강화는 2017년 발생한 살충제 계란 파동 때문이다. 당시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이 국내 유통되며 대규모 폐기 처분으로 이어졌으며 계란이 들어간 초콜릿, 샌드위치 등의 제품 판매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피프로닐은 바퀴벌레나 벼룩 등 해충을 제거할 때 사용하는 독성 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피포로닐에 장기간 노출되면 간, 갑상선, 신장이 망가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계란 유통 과정의 위생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식약처에서 관련 기준을 강화했다.

개정된 안전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 비세척란이다. 비세척란은 유통 과정에서 상온 보관 시 상온 판매도 할 수 있다. 비세척란에 자연보호막(큐티클)이 형성돼 있어 외부의 오염물로부터 계란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유럽에서는 비세척란을 선호한다. 큐티클이라는 자연 보호막이 제거될 것을 우려해 세척을 금지할 정도다. 하지만 살충제 계란 파동이 유럽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큐티클 맹신은 식품 안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또 비세척란은 조리를 위해 계란을 깨는 과정에서 껍질에 묻은 닭의 피나 분뇨, 먼지 등이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냉장 시설을 갖춘 대규모 유통업체 대부분은 세척란만 냉장 상태로 진열해 판매하고 있다.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도 세척란만 취급한다. 롯데마트는 2012년부터 세척란만 냉장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계란안전은 온도에 좌우되기 때문에 상온판매는 위험하다. 국회입법조사처의 ‘한국과 세계 주요국의 식품 및 축산물 유통과 안전기준 비교자료’를 살펴보면 국내 법적 기준인 15℃ 이하는 계란의 위생·안전을 저해하는 살모넬라균 증식을 억제하는 저온유통시스템(5~8℃)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계란 중심부의 온도가 상승하면 품질이 훼손되고 식중독균과 같은 미생물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일반적으로 계란의 품질과 위생은 가공·유통 과정에서 온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여러 나라가 이에 대해 규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강화된 규제에서 비세척란도 한번이라도 냉장 보관했다면 냉장 상태로 판매할 것을 의무화한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비세척란은 상온 판매가 가능해 효율적이지만 소비자 안전을 고려해 세척란만 판매하고 있다”면서 “2017년 살균제 계란 파동 이후 먹거리 안전에 대한 고객 관심이 높아진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설 명절을 앞두고 계란 수요가 급증할 것에 대비해 일시적으로 비세척 계란 판매에 나섰다고 해명했다. 비세척란은 다음 달 4일까지만 판매할 예정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설을 맞아 저렴한 가격과 원활한 물량 확보를 위해 비세척란 판매에 나섰다”며 “이달 시행된 식용란의 세척·선별·살균·포장 의무 시행령에도 비세척란 판매가 위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이마트는 앞서 이베리코 돼지고기로 홍역을 치렀다. 이마트몰에서 판매한 이베리코 돼지고기 상품의 일부가 가짜라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마트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문제로 지적된 상품의 판매를 중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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