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도 우려한 공수처 '이첩요청권'…"위헌 조항 악용"

尹체포영장 집행 등 공수처 수사권 논란 지속
헌재, 2021년 '이첩요청권' 위헌성 지적
"경찰, 형사기동대 동원…위법수집증거 문제 발생"
  • 등록 2025-01-10 오후 5:34:29

    수정 2025-01-10 오후 6:20:38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수사를 주도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찰과 경찰에 ‘이첩요청권’을 발동하면서 수사심의위원회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며 파장이 일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앞서 공수처의 이첩요구권이 권력분립·적법절차 원칙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낸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무리한 체포영장 집행이 되레 화살이 돼 돌아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3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원 등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달 13일 검찰과 경찰에 이첩요청권을 행사해 윤 대통령 사건을 강제로 넘겨받을 당시, 수사심의위원회의를 열지 않았다.

이첩요청권 심의위는 공수처 이첩요청권(공수처법 제24조 제1항)의 위헌 논란을 의식해 지난 2022년 10월 도입된 기구다. 공수처의 이첩요청권은 이첩 요구를 받은 수사기관이 ‘응해야 하는’ 강행 규정으로, 수사기관 수사가 중복될 경우 공수처에 우선권을 부여하는데, 이첩요청 기준이 ‘수사의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을 고려한 공수처장의 판단’으로 정해져 있어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 헌재는 지난 2021년 1월 공수처법 이첩요청권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각하했지만, 소수의견을 통해 위헌성을 지적했다. 9인 중 3명 재판관은 “사건이 공수처로 이첩되는 경우 이첩되는 피의자 등의 편의나 방어권 행사 등을 고려한 규정을 전혀 두고 있지 않아 경우에 따라서 피의자의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헌재는 “공수처는 행정부 소속임에도 대통령, 법무부 장관 등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고 국회는 수사처장에 대한 해임 건의를 할 수 없으며 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재정신청 외에는 공수처 수사 등을 통제할 방안이 없는 등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며 “향후 제정될 공수처 규칙으로 일응의 기준을 정한다고 해도 결국 공수처장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사건의 이첩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위헌 의견을 냈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달 8일 윤 대통령 내란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와 경찰 특별수사단에 이첩요청권을 발동했지만, 검·경이 응하지 않자 같은 달 13일 이첩요청권을 재행사했다.

법무연수원 교수를 지낸 이태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지금의 상황을 보니 공수처법 제24조 제1항이 위헌이라는 의견에 찬성한다”며 “공수처법에서 가장 위헌적인 조항을 가장 악용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와 공조수사본부를 구성 중인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영장 2차 집행 시도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형사기동대 등을 동원해 영장을 집행하는 것에 대한 위법성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경찰이 형사기동대 등을 동원해 권한 없이 체포영장 집행을 하게 되면 형법상 불법체포감금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문제될 수 있다”며 “이렇게 대통령을 체포해 조사를 할 경우 불법체포 상태에서의 수사이므로 위법수집증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전날 민주당 돈봉투 사건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의 경우에도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녹취록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면서 문제가 됐다”며 “절차적 하자는 실체적 진실에 부합해도 치유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의 집행이 중지된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날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대통령 체포는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려는 내란”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사태의 진실은 더불어민주당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경찰이 내통하는 일사불란한 조직체계를 통해 영장 집행이라는 이름으로 가장한 대규모의 무력을 사용해 현직 대통령에 대한 불법체포를 통해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것으로 이것이 바로 진정 ‘내란’”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지난 3일 첫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지만 대통령 경호처의 저지로 5시간반만에 집행 실패한 후 지난 7일 서부지법으로부터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발부받았다. 현재 공수처는 대통령실과 보수 지지자들이 대응에 나설 것을 고려해 영장 유효기간을 비밀로 부치고 체포 시점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변호사는 “공수처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불법적인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경찰을 앞세워 체포를 시도하다 실패하자 또 다시 불법적인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2차 집행에 나서겠다고 한다”며 “경찰은 경찰기동대, 경찰특공대, 형사기동대 투입을 검토하고, 헬기와 장갑차 등 특수장비 투입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윤 변호사는 “경찰은 공수처의 지휘 아래 다중범죄 진압, 재해경비, 혼잡경비, 대간첩작전 등을 주임무로 하는 경찰기동대의 투입을 공언하고 있고 이를 넘어 조직폭력배를 잡는 형사기동대의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며 “최고헌법기관이자 국가원수인 현직 대통령을 대규모 무력을 동원해 불법적으로 체포하는 행위를 하겠다는 것으로 이것이 곧 국가권력을 배제하는 폭동이다. 이로써 ‘국가권력 배제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하는 내란행위의 형사상 구성요건이 모두 완성된다”고 밝혔다.

이어 “영장의 집행 주체는 엄연히 공수처이고 경찰은 지원을 할 수 있을 뿐 대규모의 병력과 무력을 동원하는 폭력의 행사는 위법한 공무집행에 해당한다”며 “내란행위를 통해 국권 찬탈에 나서는 경찰과 공수처는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행안부장관 권한대행 등 경찰조직에 대한 지휘·감독 책임자들도 모두 내란죄와 불법적인 체포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상사에 대한 법적책임을 질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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