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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비먼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교수)는 지난 8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최대 20%에 달하는 보편적 관세부과를 통해 양자 또는 다자협정 조건을 재설정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비먼 전 대표보는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7~2018년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유명희 당시 통상교섭실장의 협상 파트너로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은 인물로, 최근 ‘워킹 아웃’(walking out) 저서를 통해 미국의 신 아·태 무역정책을 깊이 다뤘다.
그는 “트럼프 1기에 공격적으로 무역전쟁을 펼쳤지만, 정권 말기에 무역적자는 더 늘어났고, 노동조합 등으로부터 무역정책이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는다고 비판을 받았다”면서 “보편적 관세 부과는 선거기간 내내 지속적으로 밝혔던 만큼 반드시 실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먼은 “관세 부과 방식이 국회를 통할지, 대통령 권한을 이용할지 불분명하지만, 1기 때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훨씬 더 날카로운 방식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보편적 관세 부과는 일방적인 조치이고 사실 협상이 아니지만, 이를 출발점으로 삼아 파트너 국가들과 무역조건을 변경하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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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선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크게 손보겠다고 공언한 만큼 그간 수입이 늘어난 멕시코가 타깃이 될 것”이라면서도 “대 한국 무역적자가 크게 늘어난 한국 역시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직 트럼프 당선인이 성명이나 인터뷰를 통해 한미FTA 개정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무역적자가 커진 점을 고려해 한국에 통상 압박을 가하면서 한미FTA 추가 개정도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게 비먼의 지적이다.
비먼은 “트럼프 당선인은 왜 무역적자가 발생했는지가 아니라 무역적자의 방향과 양만 찾고 있다”며 “무역적자가 늘어난 한국 등과 무역조건을 재설정하는 게 트럼프 2기의 목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비먼은 트럼프 당선인은 자동차 부문에서 변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자동차 관세를 복원하거나 원산지 규칙 등을 훨씬 더 엄격하게 영구적으로 만드는 것 등이 포함될 수 있다”면서 “시간과 노력을 들여 협상을 변경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시간이 걸리는) 협정 변경보다는 10~20% 보편관세가 더 낫다고 한다면 재협상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비먼은 “중국에서 생산돼 베트남, 멕시코 등 제3국을 경유한 후 라벨만 바꿔 미국으로 들어오는 제품이 최근 크게 문제시되고 있다”며 “한국이 미국과 협력해 환적을 방지하고 있다는 노력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미국과 무역 전반에 걸쳐 큰 틀에서 협력하고 있는 모습을 강조하면서 트럼프발 ‘통상 폭풍’에서 빨리 벗어나라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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