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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기 중반 신라가 백제와 중원의 패권을 겨루며 법치와 중앙집권을 강화한 사실을 증명해주는 목간이 출토됐다.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4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함안 성산산성 17차 발굴조사(2014~2016년)에서 나온 23점의 목간을 공개했다.
목간이란 문자를 기록하기 위해 다듬어진 나무 조각에 글자를 쓴 것으로 종이가 귀했던 고대에 종이 역할을 했다. 함안 성산산성에서 출토된 목간은 신라의 지방 지배체제와 조세체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유물로 평가받고 있다.
함안 성산산성에서 나온 목간 중 4면에 모두 글자가 기재되어 있는 사면목간 1점은 특히 17차 발굴조사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그동안 발굴된 목간은 주로 물품의 인식표였지만 사면목간 1점은 일종의 행정문서로 당시 신라가 왕권을 강화한 후 중앙집권적인 행정 체계를 시행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주보돈 경북대 교수는 “사면목간을 통해 6세기 중 신라 지방사회까지 문서행정을 구체적으로 시행한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며 “7세기 중반 신라의 삼국 통일 배경에는 6세기부터 신라가 율령을 통해 지방까지 통치하며 이뤄낸 강력한 중앙집권과 법치가 밑바탕이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함안 성산산성 출토 목간에서 신라 중앙 정부내 한 관등체계인 ‘경위’(京位) 관등명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또한 삼국사기 기록되어 있지 않은 ‘급벌척’(及伐尺)이라는 신라의 지방직 관등명이 새롭게 등장했다.
문화재청 지금까지 출토된 함안 성산산성 목간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집대성하는 ‘한국의 고대목간II-함안 성산산성’ 책자를 올해 중에 발간할 계획이다. 또한 사면목간의 문화재 등록도 검토할 예정이다.
사적 제67호인 함안 성산산성은 경남 함안군 가야읍 광정리 조남산에 자리잡은 1,5㎞ 둘레의 산성이다. 6세기 중반 신라가 일본의 친입에 대비해 축성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1991년부터 지난해까지 17차례 발굴이 이뤄졌다. 2321점의 유물이 나왔으며 이중 목간은 308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