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개선 약정을 맺고 있는 한 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재무구조개선 운용준칙’에 따라 획일적으로 주채무계열 기업이 정해지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업종 특성과 무관하게 단순히 부채비율이 많다는 이유로 부실 기업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회사를 압박하는 주채권은행들의 입장은 어떨까. 당장 영업이익을 깎아먹는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은행도 이러한 상황이 달갑지만은 않다. 더욱이 일회성 자금지원으로 끝난다는 보장도 없다.
채권단 구조조정의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부실 기업들은 과도하게 시장성 차입금을 늘리고, 스스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과거처럼 당국이 일방적으로 채권은행의 손목을 비틀어 기업을 살리는 시대는 지났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오히려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주채무계열에서 관리계열로 그 대상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이에 대해 시장 구조조정이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신평사는 회사채 발행 금리 수준을 결정짓는 것 이상의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기업의 신용등급은 시장 구조조정의 시그널이 될 수 있으며, 신평사는 이를 통해 기업의 구조조정을 유도할 수 있다.
신평사는 선제적이고 분명한 기업 평가를 통해 시장 구조조정의 선봉장으로서 앞장서야 할 것이다. 시장 감시자로서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