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현장 접수를 우선 처리하고 있지만 모두 처리할 수는 없고 1000번대까지 가능한 상황입니다.”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이 26일 오후 4시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본사 앞에서 소비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같은 발표에 소비자들은 “내 돈 돌려내라”는 등 욕설을 내뱉었다. 일부 소비자들은 환불을 포기하며 자리를 떴지만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그대로 대열에 남아 환불을 받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티몬 본사 앞에서 소비자들이 환불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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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른 새벽부터 티몬 본사 앞에 모인 수많은 티몬 소비자들은 강력히 환불을 요구했다. 대기번호는 약 2500번대까지 작성됐고 환불 신청은 800번대까지 이뤄졌다. 실제 환불이 된 인원은 170번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1시쯤부터 이뤄진 환불 작업에도 실제 환불이 170번대에 그치자 소비자들은 분노를 터트렸다. 게다가 낮 최고기온 33도에 달하는 무더운 날씨에 많은 소나기가 떨어지며 소비자들의 짜증이 극에 달했다.
권 본부장은 “현재 남은 자금은 20억원 정도”라며 “고액의 상품을 결제한 소비자들이 많아 현장 접수를 중심으로 우선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권 본부장은 “유보금으로 30억~40억원가량의 환불 자금을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170여 명에 대한 환불금이 10~20억에 달하는 것으로 역산할 수 있다.
이같은 발표에 1000번대 이후 소비자들은 권 본부장을 다그치기 시작했다. 오전 이른 시간부터 대기하고 있던 이모(47)싸는 “남의 여행 망쳐놓고 이렇게 배째라는 식으로 나오면 다인지 모르겠다”며 “생각 같아서는 본사에 들어가 내가 손해 본 금액만큼의 집기라도 빼고 오고 싶은 심정”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계속된 찜통 더위와 폭발적으로 비를 쏟아낸 소나기로 인해 건강상 문제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70대 여성 A씨는 비가 내린 경사면에서 미끄러져 구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 50대 여성 B씨는 햇빛 아래 오랜 시간 서 있어 어지럼증을 호소해 소방관을 불러 상담을 받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강남구청과 소방 당국은 임시진료소를 설치하고 생수를 나눠주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티몬 측이 이날 1000번대까지만 현장 환불을 받겠다는 발표에도 소비자들은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인천에서 티몬 본사를 찾은 김모(37)씨는 “지금 아침부터 한 끼도 못 먹고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환불까지 못 받아가면 가족들 볼 면목이 없다”며 “오늘 조금 더 고생하더라도 끝까지 남아 반드시 환불을 받아갈 예정”이라고 다짐했다.
티몬 측은 이날 현장 환불이 안되더라도 추후 환불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권 본부장은 “그룹사에서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C레벨(본부장급 임직원)도 자금 확보를 위해 움직이는 중이라 현장에 오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26일 오후 4시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티몬 본사 앞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는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 (사진=김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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