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개인의 역량과 경험에 의존했던 기존 진단에서 벗어나기 위한 ‘인공지능 한의사’ 연구가 한국한의학연구원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한의학연은 13일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019년부터 30억 원씩 6년 동안 투입해 인공지능 한의사 구현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한의학 논문, 교과서 등 각종 정보를 직접 만든 플랫폼에 입력하고, 일부 한방병원들과도 연계해 임상 자료들을 모으고 있다. 한의학 인공지능 플랫폼 기술과 정보통신융합 진단기술을 개발해 한의 진료의 품질을 높일 계획이다.
그런데 기존에도 한의사마다 진단과 처방이 제각각이었던 상황에서 균일한 정보를 모아 인공지능을 구현한다는 게 현실성이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무작위대조시험(RCT) 등을 통해 다양한 실험군을 대상으로 오랜 기간에 거친 객관적 검증이 어려운 한의학계에서 신뢰할만한 데이터를 모으기도 어렵고, 개인정보보안 등과 연계하면 이를 실질적으로 활용하기도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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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연 “경험에서 센서로…미래 위해 변화 불가피”
그럼에도 한의학연이 AI 한의사 연구에 나선 이유는 코로나19로 빨라진 비대면·디지털 시대에 불가피한 변화라고 봤기 때문이다.
예후(병의 결말)가 달랐던 환자의 진료 정보도 한군데 모아 한의학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
한의학연이 만든 표준 규약(프로토콜)을 거쳐 만든 자료만 입력하도록 해 신뢰성도 높일 계획이다. 앞으로 모은 정보들을 체질진단기기와 연계하면 한의학의 과학화를 이끌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상훈 한의학연 미래의학부 책임연구원은 “특정 지표만 확인해 병증을 판정하는 의학과 달리 한의학은 여러 지표를 동시에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객관적인 진료를 하도록 도울 수 있다”면서 “사람의 오감만을 이용하는 주관적인 데이터에서 센서를 기반으로 하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해 치료하는 시대로의 발전에 플랫폼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송미영 한의학연 부원장은 “인공지능 의사 ‘왓슨’이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입했지만 기능이 완벽하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예산은 부족하다”면서도 “한의학연은 늦게 인프라 구축에 나선만큼 시행착오를 줄여 예산을 절감할 수 있고,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한 정보를 각 기관(한방병원이나 한의대 등)과 연계하면 고품질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