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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파출소에서 만난 경찰관은 오른쪽 가슴에 검정 근조(謹弔) 리본을 달고 있었다. 이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모두 근조 리본을 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지난 8일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정신이상자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경북 영양경찰서 고 김선현(50) 경감을 애도하기 위해서다.
이 경찰관은 “현장은 위험하고 매우 급하게 돌아가는 데 행여 과잉진압 논란에 휘말릴까 봐 대응을 제대로 못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경북 영양군에서 경찰관이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경찰 안팎에서 애도의 분위기와 함께 공권력 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김 경감은 지난 8일 낮 12시 49분쯤 경북 영양군 한 주택에서 출동해 난동을 부리던 백모(42)씨가 휘두르는 흉기에 찔려 숨을 거뒀다. 현장에서 있던 오모(53) 경위도 크게 다쳐 현재 안동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경찰청은 순직한 김 경감에 1계급 특진(사망 전 경위)과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경찰은 이날 영양군민회관에서 김 경감의 영결식을 열고 시신을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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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내부 게시판에도 “언제까지 경찰관이 죽도록 방치할 것인가요?”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출동한 사고 현장에서 용의자 등으로부터 공격을 당한 경찰은 2443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순직한 경찰도 76명에 달한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해서 상대방이 흉기를 휘두르거나 폭력을 가해도 달리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경찰이 정당한 공무집행을 해도 ‘과잉진압’ 혹은 ‘인권탄압’이라며 소송 등 시비가 걸릴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서울 은평경찰서 연신내 지구대 소속 한 경찰관은 취객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가벼운 상처를 입혀 특가법상 독직폭행 혐의와 수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으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서울시내 한 지구대 관계자는 “공권력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경찰들이 움츠러들게 하는 요인”이라며 “(경찰이) 자기방어를 하는 것도 ‘과잉진압’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어 경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조차 보는 눈이 많다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하게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 심리학과 교수는 “공권력을 강화해서 경찰관들의 생명과 품위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공권력을 확대하다 보면 시민의 권리를 침해할 위험성 또한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공권력 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공론화를 수반해야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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