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올 여름 동남아시아 배낭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백모씨(23). 그는 요즘 여행 사이트를 자주 방문한다. 최근 환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보고 비행기 티켓과 호텔 예약을 미리 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백씨는 “올해는 환율하락에 따른 이익은 물론, 사전 예약 할인 혜택까지 겹쳐 상당한 비용을 줄이거나 여행경비로 돌릴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박모씨(45)는 두 자녀와 함께 미국 유학생활을 하던 중 지난해 친척에게 학비와 생활비 등으로 2만달러를 빌렸다. 한국에 있던 남편이 사업에 애를 먹으면서 1년 동안 돈을 보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돌아와 매달 조금씩 갚아나가던 박씨는 최근 환율이 급락하는 것을 보고 지난주에 남은 빚을 한꺼번에 갚았다.
올 여름 해외여행이나 어학연수 등을 계획하고 있다면 최근 낮아진 환율에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특히 한푼이라도 아끼려면 미리 환전을 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자료=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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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한국은행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휴가철 성수기인 지난해 7월과 8월 달러-원 평균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각각 1126.15원, 1116.16원을 기록했다. 2009년(1261.96원, 1239.69원), 2010년(1204.96원, 1180.05원), 2011년(1058.49원, 1074.05원), 2012년(1142.33원, 1132.06원) 등 최근 5년 동안 2011년을 제외하곤 대체로 휴가철에 환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원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 8개월 동안 단 한 차례도 1050원(종가 기준)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환율은 충분히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10일 장중 1031.4원까지 떨어졌고, 다음날인 11일 103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을 통해 1030원을 저지하는 등 속도조절에 나섰지만, 여전히 1030원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미국 재무부가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원화절상을 막기 위한 시장개입을 비판한바 있어, 외환당국이 이달 발표 예정된 미국 재무부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시장개입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 여름 해외 배낭여행이나 어학연수 등을 계획하고 있다면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현재 환전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조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내외 변수 등에 따라 환율이 더 낮아질 수 있겠지만, 최근 환경은 싸게 환전할 수 있는 기회임엔 틀림없다”며 “휴가철에는 환전수요가 많아 환율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향후 미국이 추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예정돼 있는 만큼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면 환율이 현재 수준보다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미국의 출구전략이 빠르지 않다는 것이지 테이퍼링을 안한다는게 아니다”라며 “최근 환율하락이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기자금 때문이라면 이들 자금이 빠져나갈 때 환율이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