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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채권은행 2023년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 231개사가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됐다고 18일 밝혔다. 전년 대비 46곳 늘었다.
신용위험평가는 은행권이 구조조정에 들어갈 대상 기업을 골라내는 절차다. 채권은행은 매년 고객 기업에 대한 재무평가 등의 기본평가를 거쳐 한계기업이나 완전자본잠식(자본총계 마이너스기업) 기업 등 일정 요건에 해당하면 추가로 촘촘한 세부평가를 실시한다. 이를 통해 기업을 네 등급(A·B·C·D)으로 분류한 뒤 C와 D기업에 각각 워크아웃(채무조정)과 회생절차를 추진한다.
올해 워크아웃이 필요한 C등급은 118개사, 회생절차가 적합한 D등급은 113개사로 전년 대비 각각 34개, 12개씩 늘어났다. 금융권 신용공여 500억원 이상 대기업은 9개(C등급 7개·D등급 2개)사, 중소기업은 222개(C등급 118개·D등급 113개)사로 전년 대비 각각 7개사, 39개사 증가했다.
D등급 대기업의 출현은 2020년(2개) 이후 3년 만이다. 2021년과 2022년에는 D등급을 받은 대기업이 없었다. 특히 올해 D등급을 받은 대기업 2개는 지난해까지 정상기업으로 분류됐지만, 올해 회생절차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받았다. 불과 1년 만에 상황이 바뀐 것이다.
업종별로는 부동산(22개), 도매·상품중개(19개), 기계·장비, 고무·플라스틱, 금속가공업(각 18개)에서 부실징후기업이 많이 나왔다. 전년 대비 고무·플라스틱(11개), 자동차(8개), 부동산(7개), 도매·상품중개(6개) 등에서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늘어났다.
금감원 측은 “2022년에 이어 대내외 경기 침체 및 원가상승 등으로 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고 올해 본격 금리 상승 영향을 받으면서 높아진 금융비용 부담으로 연체 발생 기업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건전성 영향 제한적…등급별로 워크아웃·법정관리 등 수행
또 부실징후기업 선정에 따른 은행권의 충당금 추가 적립 추정액은 약 3500억원으로 이에 따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 변화폭은 0.02%포인트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6월 말 국내은행 BIS 총자본비율은 16.68%다.
금감원은 부실징후기업을 대상으로 등급별 사후 조치에 착수할 계획이다. 우선 자구계획 전제 하에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큰 C등급 기업은 워크아웃을 유도해 채권단 중심의 경영정상화를 지원한다. 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D등급 기업은 법적 구조조정 등을 유도해 부실을 신속히 정리해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한다.
또 일시적 유동성 위기 탓에 부실징후 가능성이 있는 B등급 기업에 대해서는 자구계획 이행과 함께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의 보증 제공을 통해 채권금융회사 공동으로 만기 연장, 신규 자금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금감원 측은 “영업력은 있으나 금융비용 상승으로 일시적 유동성 애로를 겪는 기업에 대해 신속금융지원, 프리워크아웃 등을 통한 위기극복을 지원할 것”이라며 “경영위기 중소기업이 유관기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지원을 폭넓게 받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