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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새 뒤 폭발의 원인이 된 지뢰에 대한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 부단장 등 24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지난 10일 ‘폭발 지뢰의 파편이 북한이 보유한 목함지뢰와 일치한다’는 조사결과를 내렸다. 겉은 나무로 속은 금속으로 제작된 지뢰 파편은 녹슬거나 부식되지 않았고, 나무 파편에서 강한 송진 냄새가 난다는 점은 최근 매설된 지뢰라는 점을 뒷받침했다.
북한군이 우리 군의 경계망을 뚫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400여m나 넘어와 목함지뢰를 매설하고 돌아갔다는 얘기였다. 군은 우리 수색 간격과 기상을 미뤄볼 때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사이에 매설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에 우리 합동참모본부는 지뢰폭발 사건이 ‘정전 협정’과 ‘남북간 불가침 합의’를 정면 위반한 것이라고 보고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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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대가로 내세운 ‘대북 심리전 방송’…北의 포격
군이 말한 ‘혹독한 대가’는 이날 오후께 현실화했다. 군은 DMZ 11곳에 설치된 대북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첫날 2곳에서 시작해 점차 확대됐다. 지난 2004년 6월 남북 합의에 의해 중지된 이후 11년 만이다. 군은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 때도 확성기 장비를 설치했으나 방송을 실시하지는 않았었다.
북한은 위협적 발언을 지속하는 가운데 지난 20일 급기야 물리적 수단을 꺼내들었다. 북한군은 이날 오후 3시 53분 14.5mm 고사포 1발을 발사한 데 이어 오후 4시 12분 76.2mm 평곡사포(직사화기) 3발을 발사했다. 북한 평곡사포가 발사된 지 25분 뒤인 오후 4시 37분 28사단장은 이를 북한의 소행으로 판명하고, 6군단장의 지침을 받아 사격 명령을 내렸다. 우리 군 155mm 자주포는 이날 오후 5시 4분 MDL 이북 500m 지점에 29발의 포탄을 쐈다. 비무장지대가 무장지대가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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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화전양면 전술 내세운 北…극적인 합의
군사적 도발 위협을 최고조로 올린 채 북한은 대화카드를 동시에 내밀었다. 전형적인 ‘화전양면’ 전술이었다. 북측은 21일 오후 4시께 김양건 당비서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의 접촉을 제안했다. 우리 정부와 두 차례 수정제안이 오고간 끝에 양측은 ‘2+2 고위급접촉’을 성사시켰고, 22일부터 마라톤협상에 들어갔다.
이처럼 대화 제의가 오고간 사이 북한군은 서해와 동해 기지에 정박시키던 잠수함 중 50여척을 잠항시켰다. DMZ 지역 전방의 포병 장비들도 회담 제의 전보다 2배나 늘려 포진시켰다. 우리 군은 국지도발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고, 한미 군 당국은 대북 정보 감시체계인 워치콘을 2로 격상해 북한군의 동향에 대해 예의 주시했다. B-52 전략폭격기, 핵잠수함의 한반도 전개가 검토되기도 했다.
남북 고위층의 접촉은 사흘 동안 지속된 마라톤 협의 끝에 25일 0시 55분 극적인 합의로 마무리 됐다. 우리 측은 목함지뢰 사건에 대한 북측의 유감 표명을 확인했고, 북측은 대북 심리전 중단 약속을 받아냈다. 또한 이날 정오부터 북한은 준전시상태 해제에 들어갔고, 우리 군도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했다. 출항했던 북한 잠수함 중 일부가 기지로 돌아가는 모습도 한미 감시자산에 포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가수호를 위한 장병들의 노력과 땀, 이를 지켜본 예비군들의 응원이 있었고 한미 동맹차원에서 연합체계가 공고하게 작용해 이같은 결과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남북이 충돌직전까지 갔지만 사태를 억제했다는 점에서 군이 적절한 임무를 수행했다고 자평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