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5대 은행의 지난해 가계대출 잔액이 640조원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NH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이 모두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에 따라 최대 7배까지 목표를 초과한 곳도 있다.
| 서울 시내에 설치된 주요 은행 현금인출기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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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정책대출 제외)은 총 640조 85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625조 4050억원) 대비 14조 6799억원 늘어난 수치다. 5대 은행이 지난해 초 자체적으로 설정한 목표 합계 증가액(11조 3569억원)을 3조원가량 초과했다. 이중 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는 모두 100%를 넘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로 4대 은행 중 가장 낮은 2209억원(가계대출 잔액 기준 증가율 목표치 0.19%)을 설정했으나 실제 증가액은 1조 5584억원으로 목표의 7배를 넘겼다. 하나은행은 4조 4740억원의 증가액을 기록해 목표치 2조 7828억원(2.27%)의 약 1.6배를 초과했다. 증가액을 기준으로 할 때 4대 은행 중 가장 많다. 신한은행은 3조 8869억원이 늘면서 목표치 3조 506억원(2.60%)을 8000억원 이상 초과했다. 국민은행은 3조 4368억원을 기록했다. 목표치(3조 3000억원·2.30%)을 1300억원 정도 초과했다. 반면 농협은행은 1조 3240억원이 늘며 목표치 2조원(1.63%)의 66.2% 수준에 그쳤다.
은행들은 연초에 새로운 대출 한도가 설정되면 대출 문턱을 낮춰 적극적으로 대출 영업을 펼쳤다. 이후 4분기 무렵부터는 목표치를 맞추는 ‘관리’에 들어갔다. 지난해에는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상반기부터 가계대출 수요가 몰리자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대출을 제공했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 압박이 커지며 뒤늦게 대출 관리를 시작했고, 심지어는 대출 중단이라는 강경책까지 동원하며 잔액 감소에 총력을 기울였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특정 시기에 대출이 집중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가계대출을 월별·분기별로 세분화해 관리할 방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20일 “가계대출 자금 공급을 (시기별로) 평탄화해 실수요자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원만히 공급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금감원은 또 지난해 가계대출 연간 목표치를 초과한 은행들에 대해서는 리스크 관리 수준에 따라 페널티를 부과할 계획이다. 방식은 금융위원회와 논의 중으로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연간 가계대출 증가액이 명목 GDP 성장률 이내가 되도록 관리하고 ‘갚을 수 있을 만큼 나눠 갚는’ 상환능력 기반 대출 관행 정착을 지속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