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부산 일본 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에 우체통이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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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경계영 기자] 정부가 호주와 맺은 통화 스와프 규모를 지금보다 두 배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가 의도를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일본과의 스와프 재개 논의가 전면 중단되자 마련한 보완책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호주 중앙은행(RBA)과 이달 22일 종료 예정인 원·호주달러 통화 스와프 계약을 오는 2020년 2월 7일까지 3년 연장하고, 스와프 규모도 기존 5조원·50억 호주달러에서 9조원·100억 호주달러(약 77억 미국달러)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8일 발표했다.
통화 스와프는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정한 환율에 따라 일정 시점에 교환하는 것이다. 외화가 바닥났을 때 상대국 통화를 빌려 쓰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개념이다. 인출 한도가 100억 호주달러라는 것은 우리나라가 급할 때 호주 중앙은행에 원화를 맡기고 최대 100억 호주달러를 빌려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에 호주와 맺은 통화 스와프 규모는 미 달러화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양자 간 맺은 스와프 중 중국,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크다. 한국은 현재 호주를 포함해 중국(560억 달러), 인도네시아(100억 달러), 말레이시아(47억 달러) 등 4개국과 통화 스와프 계약을 유지 중이다. 작년 10월 만기를 맞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54억 달러)과도 만기 연장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법률 검토 등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역내 금융 안전망 구축 차원에서 맺은 다자간 통화 스와프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M·384억 달러) 체결액을 합치면 전체 통화 스와프 규모는 약 1220억 달러에 이른다.
이번 호주와의 스와프 확대 발표는 일본과의 통화 스와프 재개 협상이 중단된 직후 나온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일 통화 스와프는 2001년 7월 처음 체결한 이후 2015년 2월 만기가 끝났지만, 한국 정부 요청으로 작년 8월 협상이 재개됐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지난달 6일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표류 상태에 놓여 있다.
정부는 우리가 먼저 호주에 통화 스와프 규모 확대를 요청한 것은 맞지만, 한일 통화 스와프 협상 중단에 따른 대안으로 호주를 택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서봉국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이번 스와프 확대 논의는 한일 통화 스와프 문제와는 별개로 진행한 것”이라며 “호주의 국가 신용등급이 높고 호주달러도 국제 통화이므로, 이번 스와프 규모 확대가 우리 금융 안전망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화의 효용 차원에서 호주달러는 엔화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실제 전 세계 외환시장에서 거래하는 화폐나 각국의 외환 보유액 구성 비중을 보면 금액 기준으로 미국 달러화가 가장 많고 다음이 유로화, 엔화 순”이라며 “호주달러는 전체 외환 보유액 중 구성 비중이 세계 6등 정도”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맺은 통화 스와프 중 교환 대상이 미 달러화인 것은 CMIM 한 곳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상대국 통화와 원화를 맞바꾸는 방식이다. 우리 입장에서 일본과의 통화 스와프 논의 중단은 한층 입맛이 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전체 스와프 체결액의 46%가량을 차지하는 중국과의 스와프 연장도 관심사다.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의 통화 스와프도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한중 통화 스와프는 올해 10월 만기를 앞두고 있다. 서 국장은 “스와프는 통상 만기 3~4개월 전부터 상대국과 접촉해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아직 만기가 남아있는데 지금부터 의사를 타진하는 것이 협상에 유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적정 시간이 되면 중국과의 스와프 만기 연장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경제적인 것과 정치·외교적인 문제는 분리해서 생각하고 싶다”고 했다.
| △사진=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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