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은평구에서 자동차를 끌고 고양시까지 이동한 김모(31)씨는 30분 남짓 시간 동안 팔에 닭살이 돋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차에 붙는 러브버그를 뚫고 집에 도착한 김씨는 달리는 차에 치인 벌레들 사체들 모습을 보고 경악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세차한 지 며칠 안됐는데 또 세차했다”며 “잘 떨어지지도 않아서 다시 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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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에 거주하는 박모(27)씨는 잠자리에 들기 전 창문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까만 벌레를 보고 “러브버그일 줄 몰랐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무슨 벌레인지 모르고 ‘이게 뭐지’ 했는데 뉴스로 러브버그인 걸 알고 나선 길거리에서도 날아다니는 게 보이고, 카페에서도 보였다”고 했다. 강남구의 고층 아파트에서 러브버그를 발견했다는 20대 김모씨 또한 “처음 봤는데 소리도 너무 이상하고 크기도 너무 크더라”며 “아파트 높은 층까지 올라온 게 놀랍다”고 혀를 내둘렀다.
‘벌레와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벌레 퇴치에 효과가 좋은 ‘날파리 트랩’ 등 물품이나 뜨거운 물을 배수구에 버리는 노하우를 공유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9∼28일 기준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의 벌레 퇴치용품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90% 증가했고 △모기 기피제 △방충망 △유아용 해충 퇴치용품도 판매가 늘었다. 오프라인 편의점 GS25에선 같은 기간 방충용품 매출이 전년 대비 37.1%, 전월 동기 대비 138.1%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위생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벌레 예방에 각별한 신경을 쓰되, 여름철 벌레라고 해서 모두 해충이 아니란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러브버그는 거의 1년 내내 활동하는 모기, 파리와 달리 사람에게 병균을 옮기거나 해를 끼치는 곤충이 아니기 때문에 구분해서 방충해야 한다”며 “익충을 무차별적으로 방충할 경우 생태계 교란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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