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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지섭 기자] “세계 최초로 선보인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램시마’는 현재 연간 1조원 이상 팔립니다. 이어 두 번째로 출시한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가 연간 5조원 규모의 미국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29일 신민철 셀트리온(068270) 관리본부 상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판매를 승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램시마에 이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두 번째 승부수 트룩시마가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시장 미국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바이오의약품은 사람이나 다른 생물에 있는 단백질·유전자·세포 등을 원료로 만든 의약품이다.
◇5조원 규모 美시장 진출…생산시설 등 불안요소 해소
트룩시마의 오리지널 제품은 혈액암의 일종인 비호지킨스 림프종 등을 치료하는데 쓰이는 스위스 로슈의 ‘맙테라’(해외 판매명 리툭산, 성분명 리툭시맙)다. 맙테라는 전 세계에서 연간 7조원 가량이 팔리는데, 이 중 미국에서만 약 5조원을 벌어들인다. 셀트리온은 맙테라의 △비호지킨스 림프종 △만성림프구성백혈병 △류머티즘 관절염 중에서 우선 비호지킨스 림프종에 대한 사용을 승인받았다. 맙테라의 비호지킨스 림프종 관련 미국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34억 4200만달러(약 3조 8678억원) 규모로 미국 전체 매출액의 82%를 차지한다. 향후 특허 문제를 해소한 후 만성림프구성백혈병 등의 적응증을 추가할 전망이다.
◇램시마 성공신화 재현하나…트룩시마 유럽 이어 미국 선점 ‘기대’
셀트리온은 트룩시마를 통해 램시마의 성공사례를 재현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셀트리온은 트룩시마와 후속 바이오시밀러 ‘허쥬마’를 제2, 제3의 램시마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램시마는 현재 유럽·미국에서 연간 1조원 이상이 팔리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램시마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동안 전 세계에서 1조 3454억원 규모의 처방이 이뤄졌다. 이 같은 램시마의 성공은 분자 구조가 복잡해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항체 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분야에 서정진 회장이 선도적으로 뛰어들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분야 ‘퍼스트무버’(선도자)로 전에 없던 시장을 만들면서 유럽·미국에서 램시마의 점유율을 높여왔다.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한 번 처방하면 쉽게 후속 제품으로 변경하지 않는다. 때문에 첫 제품을 일컫는 퍼스트무버 출시가 다른 약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셀트리온이 트룩시마의 성공을 자신하는 것도 퍼스트무버 지위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최근 유력한 경쟁자였던 미국 산도스가 맙테라 바이오시밀러 ‘리삭톤’을 미국에서 출시하지 않기로 하면서 트룩시마의 퍼스트무버 지위가 굳어졌다.
앞서 출시한 유럽에서의 처방 데이터와 판매 노하우도 트룩시마의 성장세에 기여할 전망이다. 이미 유럽에서 지난해 4월 출시한 트룩시마는 네덜란드와 영국에서 각각 점유율 66%·56%를 기록했다. 유럽에서 판매하는 18개국에서 지난 2분기 기준으로도 32% 점유율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램시마보다 3~4배나 빠른 성장세다.
특히 세계적인 정책 흐름도 트룩시마를 포함한 바이오시밀러 성장세에 탄력을 주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제품과 효능이 같으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은 저렴해 각국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 차원에서 사용을 적극 장려한다. 아이큐비아는 유럽에서 리툭시맙 바이오시밀러 처방을 통해 3년간 73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절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미국도 바이오시밀러 허가 절차를 개선하는 등 잇따른 바이오시밀러 활성화 정책을 통해 트룩시마 성장이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최근 스콧 고틀립 FDA 국장은 “우리는 바이오시밀러 업계가 점차 성숙함에 따라 해당 제품들이 더 높은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트룩시마 판매는 세계 1위 복제약 기업으로 꼽히는 이스라엘 테바가 담당한다. 테바는 앞서 전문의약품과 항암제 등 분야에서도 다수 네트워크를 갖췄다. 브랜던 오그래이디 테바 북미사업 부문장은 “트룩시마의 허가로 마침내 테바가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참여할 기쁜 순간을 맞았다”며 “시장에 조기에 선보일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