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도입 38년 만에 전면 손질…구글 규제안 만든다(종합)

[공정위 2018 업무계획]
제조업 중심 경쟁법→IT등 신산업 대응체계
위원회 합의제 구조 개편..독립적인 체계 형성
  • 등록 2018-01-26 오후 2:43:31

    수정 2018-01-26 오후 3:04:00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1980년 공정거래법 도입 이후 38년 만에 전면 손질에 나선다. 민사·행정·형사 등 다양한 공정거래 법집행 수단을 조율하면서 효율적인 법위반 억제 효과를 만드는 동시에 새로운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구글, 네이버 등 IT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할 수 있는 법체계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공정거래법제 전면 개편 등을 담은 2018년 업부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5일 총리 주재 업무보고 자리에서 “공정위 업무보고의 하이라이트”라면서 “지난해 법 집행체계 혁신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올해는 보다 근본적으로 21세기 경쟁환경 변화를 반영한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작업을 추진해 올해내로 정부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내·외부전문가를 포함한 특별위원회 구성해 공정거래법제 전면 개편을 추진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법 목적·체계 재구성 △위원회 구성의 독립성 강화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기업결합 등 경쟁법 규정 및 조사·심의 절차를 중심으로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여기에 기존 법집행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됐던 과징금 강화(행정)·전속고발권 폐지(형사)·집단소송제도입(민사) 등 공정거래 법집행제도에 대한 조율도 이뤄진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과거 80~90년대 재벌의 경제력 집중억제 분야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각종 편법 승계 등 난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도가 현실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나 가맹·유통·하도급·대리점 등 분야에서 ‘갑질 문제’가 불거지자 새로운 법률이 만들어지면서 공정거래법의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규정과 충돌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해외 경쟁당국과 비교할 때 과도하게 형벌조항이 담겨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에 공정위는 특별위원회를 꾸려 공정거래법 전반의 목적 및 체계를 재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규정을 개편할 방침이다. 일감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를 받는 재벌 계열사의 기준을 상장사 경우 총수일가 지분 30% 이상에서만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현재 재벌들은 지분율을 29.99%로 낮추면서 규제에 빠져나가고 있는 터라 공정위는 문턱을 20%로 낮추는 방향을 잡고 있다.

신봉삼 기업집단국장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국회와 협의를 통해 법으로 개정할지, 시행령 차원에서 개정할지 결정할 예정이다”면서 “이미 일감몰아주기 실태조사는 마친 만큼 조만간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4차산업혁명 등에 따른 새로운 경쟁법 체계도 도입한다. 포털서비스 등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면서 기존 경쟁법으로 집행하기 어려운 공백이 커지고 있는 점도 한계다. 네이버, 구글 등 IT업체들은 플랫폼을 통해 구매자와 판매자간 거래가 이뤄지는 ‘양면시장(two-sided market)’으로 이뤄져 있다. 과거 제조업체-소비자, 원청업체-하청업체 등 수요자와 공급자간 단면적인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방식과 차이가 있다.

이를테면 플랫폼 역할을 하는 기업입장에서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모두 고객이다. 에어비앤비의 경우 집주인과 여행객을 연결해주는데, 플랫폼 입장에서는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가 고객이 되는 셈이다. 과거에는 수요자와 공급자간 시장을 중심으로 경쟁제한성 문제를 따졌다면, 플랫폼을 매개로 이뤄지는 시장 전체를 놓고 경쟁제한성을 따져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네이버나 구글 등 IT플랫폼 중심으로 새로운 불공정행위가 발생하더라도 공정위가 쉽게 ‘칼’을 대기 어려운 건 이런 이유에서다.

여기에 빅데이터 등 여러 분야에서 시장지배력을 키워나가고 있지만, 과거 제조업 중심의 경쟁법으로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다. 현재 기업결합(M&A)의 경우 현재가치 기준으로 경쟁제한 우려를 평가하지만, 빅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은 미래가치를 산정해 가치를 평가해야하는 만큼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공정위 합의체제 개편도 핵심 과제 중 하나다. 현재 공정위는 의사결정기구인 위원회(법원격)와 실무기구인 사무처(검찰격)가 공존하고 있다. 내부적인 절차를 두고 두 조직이 분리돼 있긴 하지만, 늘 독립성 문제가 지적돼 왔다. 특히나 해외경쟁당국이 의사결정 위원들은 전부 상임위원으로 두는 데 반해 우리 경쟁당국은 상임5명, 비상임4명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수많은 경쟁법 위반 사안을 다루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그간 공정거래법이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관련 연구가 상당 부분 이뤄졌다”면서 “이번에 모든 문제점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법체계를 정리할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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