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페르노리카, 외국인 CEO의 한계

  • 등록 2015-04-22 오후 2:33:33

    수정 2015-04-22 오후 2:33:33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한국 주류 시장은 날고 기는 대기업도 진출이 쉽지 않다. 막대한 돈을 마케팅에 쏟아붓고 유명 연예인을 기용해 TV CF를 찍어도 점유율 1%를 높이기조차 어렵다. 도매상과의 네트워크가 중요한 한국 주류시장만의 특수한 문화 때문이다.

모든 기업이 그러하겠지만, 주류 회사에서 경영자의 ‘마인드’가 특별히 더 중요한 것도 이 까닭이다. 특히 국내 주류 시장의 독특한 문화는 세계 여타 시장가 다르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살아남기가 어렵다. 국내 주류 시장의 주요 외국계 기업이 한국인을 최고경영자(CEO)로 앉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1일 국내 대표 위스키업체인 페르노리카코리아 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돌입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임금인상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한국의 주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장 마누엘 스프리에 사장의 소통 부재가 파업이란 극단적인 방법까지 도달한 원인이 됐다.

이러한 노사간의 갈등은 매출로도 직결됐다. 지난해 페르노리카 코리아의 위스키 출고량은 전년대비 13.5%가 줄었다. 국내 위스키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섰다고 하나 경쟁사 대비 초라한 성적이다.

업계 1위인 디아지오 코리아의 출고량은 2.1% 감소하는데 그쳤고, 국산 위스키인 골든블루는 57.3%라는 경이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소비침체나 시장 위축 탓만을 할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 주류문화와 시장을 이해하지 못한 장 마누엘 사장의 독단적인 경영이 결국 페르노리카 코리아를 위기에 빠뜨리게 했다. 노조가 쟁의를 결의하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절차가 진행되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장 마누엘 사장은 단 한 번도 노조와 협상 테이블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직원들을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나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장 마누엘 사장이 노조를 향해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다.

직원과 소통하지 않으려는 CEO가 시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노조는 장 마누엘 사장이 노조와 마음을 열고 대화만 나눴어도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으리라고 한다. 1위 기업과 2위의 차이는 CEO의 마인드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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