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14일 새벽 수도권 곳곳에 내린 눈비가 도로 위에서 얼어붙으며 출근길 교통사고가 빗발쳤다. 수십대가 연달아 사고가 난 지역도 많았다. 도로뿐 아니라 인도 위에서도 블랙아이스(도로 위 살얼음)로 인한 미끄러짐 사고가 발생했다.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블랙아이스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 14일 오전 서울 노원구 월계2지하차도 초입에서 도로 결빙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서울TOPIS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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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7시쯤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25)씨는 출근길 매일 걸어 내려오던 길목에서 미끄러져 넘어졌다. 김씨는 “평지였는데 바닥이 얼어 있어서 넘어졌다”며 “같은 시간대에 내려가던 사람들 한 7명은 삐끗하면서 걸어갔다”고 말했다. 직장인 나모(29)씨도 이날 오전 8시30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아스팔트 길에서 언 땅을 보지 못하고 넘어졌다고 했다. 나씨는 “바로 옆 등산로에 눈이 조금 보이긴 했지만 도로가 언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블랙아이스는 도로 표면에 생기는 얇은 얼음막을 말한다. 대체로 검은색인 아스팔트 위에 투명한 얼음이 생기며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비나 눈이 내린 뒤에 기온이 떨어지면 블랙 아이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새벽에도 서울과 인천, 경기서부 지역에 0.1㎜ 미만의 빗방울 또는 0.1㎝ 미만의 눈이 날렸다. 여기에 터널이나 다리 밑과 같은 구조나 아스팔트, 콘크리트 같은 도로 재질로 인한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고도가 높거나 계곡, 산지인 경우에도 블랙아이스가 생기기 쉽다.
이로 인해 이날 출근길 도로 결빙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교통사고도 빗발쳤다. 오전 5시 16분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자유로 구산IC 파주방향 도로에서 트럭, 버스, 승용차 등 44대 차량의 추돌사고가 벌어졌다. 이 사고로 운전자들은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고, 화물차 운전자 1명이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오전 5시 50분에는 경기 고양시 서울문산고속도로 문산방향 고양분기점 근방에서도 43대 추돌사고가 벌어져 운전자 9명이 다쳤다.
서울 지역에서도 사고가 잇따랐다. 오전 6시 20분쯤에는 서울시 노원구 월계2지하차도에서 18중 추돌사고가 벌어져 운전자 1명이 경상을 입었으며 1시간 20분가량 도로가 전면 통제됐다. 오전 8시 8분쯤에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 도로에서 4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트럭 한 대가 인근 상가 1층을 들이받기도 했다. 다만 인명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영하권 추위가 다소 풀리고, 비가 내리면서 블랙아이스가 생기는 조건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블랙아이스가 생기려면 특이 기상 조건이 있어야 한다”며 “대기 중의 습기가 물 형태로 지면에 내려앉는데, 지표면 온도가 영하로 떨어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교각이나 지하도 출입구, 지대가 살짝 높아지는 곳을 중심으로 블랙아이스가 생긴다는 것이다.
우 통보관은 “블랙아이스는 설탕으로 코팅한 것처럼 살짝 얼어버린다”며 “잘 보이지 않는 만큼 기상 정보를 잘 확인하고 교통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