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정부가 8·16 부동산 대책에서 270만호 대규모 주택 공급을 예고했다. 재건축 부담금, 안전진단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민간 주도 정비 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거래절벽으로 집값 하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향후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이데일리 부동산 전문 유튜브 채널 ‘복덕방기자들’은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에게 8·16 부동산 대책에 대해 들어봤다.
이 연구위원은 “이번 대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정비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건 아니지만 정비사업에서 조합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중 하나로 신탁 방식 등을 추가함으로써 정부 차원에서 민간정비사업의 투명성에 대한 관심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 대책에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취임한지 3개월만에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기는 부족한 시간이라고 했다. ‘270만호’라는 주택 공급 숫자를 보기보다는 방향성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안전진단 등도 어느 한 부처에서 일방적으로 기준을 결정하기에는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면서 “정부에서 방향성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잡아나가겠다는 입장이고 세간에서는 단기에 확실한 걸 보여주기를 기대했지만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견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정부가 제시하는 주택 공급 규모가 얼마나 단기에 현실화될 것인지 대한 논의는 지난 수년간 해왔다”며 “숫자에 집착하기 보다는 서울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 그 과정에서 필요한 여러가지 규제나 제도들을 보완하겠다는 방향성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0만호든 50만호든 단기에 입주 가능한 주택으로 바뀔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없다”면서 “그 때문에 정부의 주택 공급계획으로 인해 단기에 집값 그리고 개별 지역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시장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확언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민간 재건축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나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겠지만, 부동산 시장의 하향 안정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시장을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민간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 민간정비사업을 촉진하겠다라는 정책 기조가 있는 상황에서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사업 추진에 장애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헌재에서 합헌 판결이 난 사안이기 때문에 제도를 없애는 것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재초환이라는 제도를 유지하면서 실질적으로 부과하는 부담금 자체를 낮춰버리면 사실상 원하는 효과를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목동 단지들만 하더라도 적지 않은 숫자의 단지가 이미 1차 안전진단을 통과한 상태”라며 “만약에 2차 안전진단 기준이 지금보다 현격하게 완화되고 그에 충족하는 단지들이 많아질수록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금처럼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얘기하는 상황에서는 굳이 시장을 자극할 이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2차 안전진단의 요건을 완화하는 것도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라는 것이 아직 합의된 것도 아니다”면서 “안전진단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밝히고 세부적인 내용은 추후에, 하지만 너무 긴 시간은 아닌 기한 내에 발표하겠다라는 것이 지금 정부의 방침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8·16 부동산 대책’은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일종의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기 때문에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은 “발표된 내용들을 보면 여전히 집값에 영향을 미칠 요인들은 적지 않다”면서 “안전진단 요건 완화, GTX 조기 완공 등 전반적인 내용들이 해당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 요인들이기 때문에 언제가 됐든 가격에 반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지금 정부 입장에서는 빨리 할 필요까지는 없다라고 보는 것이 맞다”면서 “그 때문에 당장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