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해병대가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작전에 투입됐다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의 사고원인 조사 결과 발표를 돌연 취소했다.
해병대 측은 당초 31일 오후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이번 사고 발생경위 등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자체 조사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었다. 이 일정은 지난 28일 고지됐다. 당시 해병대 측은 “수사관할권이 경찰에 있기 때문에 이첩 전 해병대 수사단에서 조사한 사건 처리 내용을 설명 후 수사는 지역 경찰에서 담당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해병대 측은 발표 예정 시각 한 시간 전인 이날 오후 1시께 조사 결과 발표를 취소하겠다고 기자단에 통보했다. 해병대 관계자는 “국방부 법무 검토 결과, 수사 시작 전에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내용들이 언론에 보도됐을 경우 수사의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수사 관할권이 있는 경찰에서 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해 7월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르면 군인 사망 사건이나 성범죄 등의 수사와 재판은 군이 아닌 민간 사법기관이 담당한다. 이에 따라 해병대는 사고 발생 이후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관계에 대해 언론에 설명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국방부 반대로 이를 급히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해병대의 사실관계 확인 결과에 대한 언론 설명이 향후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취소한 것”이라고 전했다.
| 지난 22일 해병대1사단에서 거행된 故 채수근 상병 영결식에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해병대) |
|
일각에서는 해병대 측이 자체 조사한 결과 발표시 ‘부실 조사’ 논란이 있을 수 있어 채 상병 사고 관련 발표를 취소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해병대 1사단 소속이던 채 상병은 지난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내성천 보문교 일대에서 실종자 수색 임무를 수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14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군 당국은 실종 당시 작전 수행 중이던 채 상병 등에게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구명조끼도 제공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이에 더해 수색 작전에 투입된 장병들에 대한 안전 조치에는 소홀한 채 겉으로 보이는 복장 통일만을 강조했다는 의혹 등 군 수뇌부가 무리하게 수중 수색을 강행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해병대 수사단은 사고 1주일여 만에 사고 당시 채 상병 등 부대원이 수중 수색에 투입된 경위와 안전 매뉴얼 준수 여부 등에 대한 자체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해병대는 이번 사건을 관할 경찰인 경북경찰청에 이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는 다음 달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군 당국을 상대로 채 상병 사고와 관련한 현안질의를 실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