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비트코인 가격이 여전히 2만달러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트코인 해시레이트(hashrate)가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인 CNBC에 따르면 최근 비트코인 네트워크 해시레이트는 블록 높이 75만8138에서 초당 325.11엑사헤시(EH/s)를 넘어서면서 지난 5일에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를 앞질렀다. 더구나 최근 블록 생성 간격이 블록당 10분 미만을 유지하고 있어 오는 23일 또 한 차례 상승이 예상된다.
해시레이트는 비트코인 채굴자들의 총 연산처리능력을 측정하는 단위로, 쉽게 말해 비트코인 채굴 난이도와 비트코인 채굴 원가를 보여주는 단위라고 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현재 하나의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35.6조해시를 필요로 한다. 이는 2주 전에 비해 13.55%나 증가한 것으로, 최근 1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난이도 알고리즘은 비트코인 코드에 프로그래밍돼 각 코인이 10분이라는 일정한 속도로 채굴되도록 함으로써 네트워크를 안정시킨다. 경쟁이 너무 심하면 블록이 너무 빨리 생성되니 난이도가 올라가야 하고, 경쟁이 적으면 블록 생성이 느려져 난이도도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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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브렌들러 D.A.데이비슨 애널리스트는 “이처럼 높아지는 네트워크 해시레이트는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건강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며 “해시레이트가 더 높아지면 네트워크 보안에 더 많은 에너지가 투입되고 더 광범위하게 분산된다는 뜻이라 비트코인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채굴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채굴자들의 채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지금 같인 장기 침체장에서는 단기적으로 비트코인 가격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오웬 라우 오펜하이머 애널리스트는 “해시레이트가 상승하는 건 비트코인 네트워크에는 좋은 일이지만, 채굴자들의 마진 압박을 걱정해야 한다”며 채굴자들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보유하던 비트코인들을 내다 팔아야 하는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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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 애널리스트는 “최근 몇년 간에는 비트코인 가격과 해시레이트 간에 상관관계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이를 과도하게 신뢰해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채굴자들의 고통이 좀 더 이어져 이른바 시장에서의 ‘무조건적 항복(Capitulation)’ 상황이 나타난 이후에나 비트코인 가격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브렌들러 애널리스트는 “에너지 비용이 워낙 높아져 수익성이 없다는 채굴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이는 당장 난제가 될 수 있다”며 “결국 채굴자들이 줄어들면서 경쟁이 약화돼야만 채산성도 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훌리오 모레노 크립토퀀트 애널리스트 역시 “채굴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까지도 손실을 입고 내다 파는 무조건적 항복이 나온 이후에야 비트코인 가격도 비로소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