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페이스북이 ‘진실의 중재자’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이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가짜뉴스(fake news)’ 확산에 기여했다는 비판에 대한 후속조치로, 언론사로서의 정체성을 일부 인정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이날 ‘뉴스 리터러시(news literacy·가치판별)’에 중점을 둔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피지 시모 페이스북 프로젝트 관리 이사는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용자들이 알고 싶어한다는 관점에서 (정보를)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용자들이 뉴스에 대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우선 비영리단체 ‘뉴스 리터러시 프로젝트’의 공익광고 캠페인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단체는 뉴스보도 신뢰성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페이스북의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연구분야에 적극 협조하는 한편 워싱턴포스트(WP), 폭스뉴스, 버즈피드 등 언론사들과 협업키로 했다. 특히 언론사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뉴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동영상의 경우 일정 시간 광고를 게재한 뒤 일부 수익을 언론사에게 주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달엔 독일 일간지 빌트(Bild)와 함께 빠르게 올릴 수 있는 기사를 활용해 독자에게 무료 평가판을 제공하는 테스트도 진행한다.
페이스북은 그동안 중립적 기술 플랫폼이라고 자칭하며 언론사로 여겨지는 것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여 왔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이 진실의 중재자가 되는 것을 매우 경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모 이사도 “페이스북의 목표는 사람들에게 읽어야 할 것과 읽지 말아야 할 것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저커버그는 최근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페이스북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18억 이용자들의 주장을 받아 들였다. 미 대선 당시 페이스북이 가짜뉴스 유통·확산에 기여해 선거 결과에까지 영향을 끼쳤다며 비난 여론이 거세진 탓이다. 지난해 실시된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4명(44%)이 페이스북을 통해 일부 뉴스를 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페이스북은 기존 입장을 뒤집고 가짜뉴스 차단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외부적으로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기관과 힘을 합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가짜뉴스 노출 이전에 이를 발견하는 툴을 개발·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