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파트 전세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입주 물량이 많은 곳과 그동안 전셋값이 급등했던 지역의 경우 가격 하락세가 뚜렷하다. 한국감정원 시세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전국 전셋값 변동률은 0.03%로 상승 폭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서울은 0.01% 내렸다. 서울 전셋값이 하락 반전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49주 만에 처음이다. 지방에서도 세종시가 0.20%, 대전시 0.1%, 강원도가 0.03% 하락했다.
입주 물량 많은 지역 전셋값 상승세 멈춰
김씨가 보유한 아파트 단지의 경우 올해 상반기 인근 마곡지구에서 쏟아지는 입주물량 여파로 최근 전셋값 상승세가 멈춰섰다. 이 단지 85㎡형은 지난 1일 3억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이 보다 며칠 앞선 지난달 말에는 2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단지 비슷한 층의 아파트가 지난 1월 3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을 맺은 것과 비교하면 가격이 많이 빠진 것이다.
마곡지구에는 5월에만 2441가구, 6월엔 4289가구 등 올해 상반기에만 6730가구가 쏟아진다. 이 때문에 지은 지 10년이 넘고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비싼 김씨의 전셋집을 찾는 수요도 확 줄었다.
입주 물량이 많은 세종시의 경우 2월부터 전셋값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3월 한달 동안도 0.25%나 내렸다. 대전과 강원지역 전셋값 하락도 입주 물량이 주된 이유다.
학군 수요 끝나자 전셋값도 안정세
학군 수요가 많은 지역도 지난달부터 전셋값 상승세가 한풀 꺾이고 있다. 서울 강남권과 양천구 목동 등 유명 학군 지역은 오히려 전셋값이 떨어지는 추세다. 한국감정원 조사 자료를 보면 강남권을 중심으로 전세 물량이 증가하면서 가격도 하락세로 전환됐다.
강남권은 지난달 31일 기준 0.1% 하락했다. 대치동 등 학군 수요가 가장 많은 강남구의 0.17% 빠졌다. 목동을 포함하는 양천구도 0.01% 내렸다. 목동 신시가지 6단지 72㎡ 전셋값은 2억2000만~2억5000만원 선으로 지난 1월에 비해 많게는 3000만원 가량 빠졌다.
하지만 이 같은 전셋값 하락세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세기 한국감정원 주택동향부장은 “서울은 마곡지구와 내곡지구 등 입주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일시적인 전셋값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입주가 끝나고 가을 이사철이 돌아오면 가격이 재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 소장도 “지역별로 국지적인 가격 하락세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전세시장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긴 힘들다”며 “강남권 재건축 이주 수요 증가 등 향후 전셋값을 또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