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크림렌궁에서 열린 서명식에서 크림 공화국 등의 러시아 병합 조약 비준안과 새 연방 구성원 수용에 관한 연방 법률안에 사인했다.
두 문서는 이날 앞서 상원 비준을 통과한 뒤 대통령 서명 절차로 넘겨졌었다. 이에 따라 크림 공화국의 러시아 병합을 위한 법적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병합 절차가 완료됨에 따라 1954년 우크라이나 출신의 니키타 흐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친선의 표시로 러시아에 속했던 크림을 우크라에 넘긴 지 60년만에 크림이 러시아로 되돌아오게 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림을 새로운 연방지구로 지정하고 올렉 벨라체프를 크림 지구 대통령 전권대표로 임명하는 대통령령에도 서명했다.
지난 1783년 크림을 처음으로 병합한 제정 러시아 예카테리나 여제의 이름을 딴 예카테리나 홀에서 열린 성대한 서명식에는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상원 의장과 세르게이 나리슈킨 하원 의장, 상·하원 부의장, 하원 원내 교섭단체 대표 등이 참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에서 “상하원 의원들께 크림 병합 작업에 착수해 이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상원은 이날 소집한 비상회의에서 크림 공화국 등 병합 조약과 새 연방구성원 수용에 관한 연방법률안을 심의해 155명 참석 의원 전원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기권이나 반대표는 없었다.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 미하일 마르겔로프는 이날 회의에서 “크림 병합 조약 심의는 역사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이 조약은 유엔 헌장을 포함한 국제법 규정에 전적으로 부합하며 크림 주민의 자기결정권을 충분히 실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하원은 전날 크림 병합 조약 비준안과 관련 법률안을 승인했다.
크림 공화국은 지난 16일 주민투표를 통해 96%가 넘는 절대다수의 찬성으로 러시아로의 귀속을 결정했다. 세바스토폴 특별시 주민도 95% 이상이 러시아 귀속을 지지했다.
두 문서는 의회 비준 뒤 대통령이 최종 서명하면서 발효됐다.
병합 조약 등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의 84번째와 85번째 구성원으로 들어오는 크림공화국과 세바스트폴 특별시는 올해 말까지 완전한 연방 편입을 위한 경제, 금융, 법 시스템 적응기를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실질적 연방 구성원이 된다.
크림과 세바스토폴은 러시아 연방 내에서도 공화국과 연방 직할 특별시의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희망하는 크림 주민은 모두 러시아 국적을 획득하게 된다. 크림 내 공식 언어는 주민들의 민족 구성을 고려해 러시아어, 우크라이나어, 크림 타타르어 등 3개 언어로 하기로 했고 국경은 크림과 우크라이나 간 경계로 정해졌다.
크림의 공식 통화는 러시아 루블화로 바뀌게 되지만 2016년까지는 우크라이나 흐리브냐화의 유통도 허용키로 했다. 단, 기관 간 거래나 공과금 지불 등은 조약 발효 시점부터 모두 루블화로 이루어진다.
러시아의 크림 병합으로 이에 반발하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반발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를 상대로 이미 상당한 제재 조치를 취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병합 절차가 완료되면 추가 제재에 나설 공산이 크다.
동시에 크림 사태로 촉발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서방 간 협상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크림 합병 합법성 문제를 시간을 두고 국제법적으로 다루어 나가기로 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으로 추가 진출하지 않는 선에서 타협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