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방산분야 역량이 주목받고 있다. 한화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방산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내 방위산업 제도의 한계 때문에 인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은 26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을 포함한 대우조선 처리 방향 안건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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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특수선(방산부문) 사업 부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최근 방산부문 육성을 위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 방산부문과 한화디펜스를 통합해 지상에서 하늘, 우주까지 포괄하는 ‘한국형 록히드마틴’ 같은 회사로 변모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더해 한화그룹은 방산전자 회사인 한화시스템도 보유하고 있어 대우조선해양까지 인수할 경우 종합방산기업의 면모를 갖출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에 매각되더라도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시장에선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방산조달 시장은 하나의 무기 체계라도 분리 발주가 원칙이다. 함정 건조, 전투체계, 레이더, 엔진, 탑재 무기체계 등 각각의 분야가 따로 발주돼 여러 회사가 경쟁해 사업을 수주하는 형태다.
배를 만드는 대우조선해양, 전투체계 및 레이더 업체인 한화시스템, 엔진 회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탄약체계 및 항법장치 업체인 ㈜한화 등이 함께 함정 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일례로 현재 건조 중인 울산급 Batch-Ⅲ 호위함의 경우에도 배를 만드는건 현대중공업이지만, 엔진은 롤스로이스와의 국내 협력생산, 전투체계 및 레이더는 한화시스템,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및 전자전 장비와 미사일은 LIG시스템, 함포는 현대위아가 각각 맡아 진행하고 있다.
| 지난 2019년 10월 부산 BEXCO에서 열린 ‘국제 해양방위산업전(MADEX) 2019’에서 한화시스템이 한국형 이지스구축함(KDDX)에 탑재되는 레이더 및 통신체계가 내장된 통합마스트(IMAST)를 전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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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결국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는 해외 시장 뿐인셈이다. 그룹 관계사들의 역량을 집중해 함정 통합 솔루션을 만들어 해외 시장에 판다는 구상은 가능하다. 하지만 조선사의 설계 역량 등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민국 함정 건조 시장의 경우 생산시설은 포화상태지만 연구개발 인력은 1000여명 남짓, 연간 연구개발 투자는 92억원 수준”이라며 “몸집만 커졌지 ‘머리’가 없는 기형적 구조”라고 말했다. 국내 함정 사업 발전을 넘어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한화그룹의 R&D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